by최정희 기자
2017.11.30 17:17:28
3분의 1은 섀도보팅 요청…10건 중 8건 `섀도보팅` 없었으면 주총 통과 못해
"주총 의사정족수 상장사가 정관에 규정토록 하자"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섀도보팅(그림자 투표) 폐지를 한 달 앞두고 내년 주주총회를 열지 못할 것이란 상장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학계에서 섀도보팅 유예 또는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고 국회도 대책 마련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추후 논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3월 정기주총을 개최한 12월 결산 상장사 2058곳 가운데 31.2%인 642개사가 섀도보팅을 요청했다. 상법상 주총을 열기 위해선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이상(감사 선임시 3분의1 이상)의 주식이 필요하다. 이런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주총 자체를 못 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섀도보팅을 신청한 것. 섀도보팅은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가 낮은 국내 특성을 반영해 상장회사가 예탁원에 요청하면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 의결권을 참석한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행사토록 한 제도로 26년째 운영되고 있다.
실제 법무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실시한 섀도보팅 실태 분석 및 폐지에 따른 대응방안 연구 용역에 따르면 상장회사 의결 안건 10건 중 8건이 섀도보팅 제도가 없었다면 주총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의사정족수를 충족할 만큼 대주주 지분이 높지 않으면서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중소 상장사들의 섀도보팅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감사 선임 안건은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도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선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필수적이다. 감사를 선임하지 못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주총이 무산될 것에 대비해 최근 두 달간 임시주총 개최를 공시한 회사는 84곳으로 전년(29곳)보다 세 배나 급증했고 이중 감사 선임 안건이 62건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섀도보팅 폐지를 유예하든지 주총 개최를 위한 의사정족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단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주총 의사정족수 요건을 발행주식총수의 과반수로 하되 이를 회사 정관에서 자유롭게 완화할 수 있도록 하자”며 절충안을 제안했다. 국회에서도 의사정족수를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이상에서 5분의1 이상으로 완화하는 상법 개정안과 섀도보팅 폐지 시점을 전자증권이 도입되는 2019년 9월까지 추가로 유예하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각각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