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듭된 안전사고에 칼 빼든 포스코…‘숙취 작업자’ 잡는다

by김은경 기자
2025.12.03 14:25:06

광양제철소, 외부 인력 관리 ‘초강수’
혈중알코올농도 0.03%부터 현장 퇴출
관리감독자 연대 책임…입찰 제한까지
정부 ‘중대재해 무관용’ 기조 선제대응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잇단 산업재해로 도마 위에 오른 포스코가 외부 인력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며 ‘숙취 작업’까지 전면 단속에 나섰다. 안전수칙 위반 시 즉시 출입을 제한하고 관리감독자와 소속 외주사까지 책임을 묻는 초고강도 통제 체계다.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 책임과 행정 제재가 동시에 뒤따르는 이재명 정부의 산업안전 기조에 맞춰 현장 관리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사진=포스코)
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1일부터 광양제철소 외부 출입자를 대상으로 안전수칙 위반 출입 제한과 숙취 단속 강화 방안을 시행했다. 협력사·외주 인력 중심으로 안전사고가 반복되면서 기존 교육·권고 위주의 관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의 올해 ‘안전지킴카드’(현장 옐로카드) 발급 현황을 보면 전체 적발 585건 가운데 관계사·외주 인력이 63%를 차지했다. 안전수칙 미준수가 내부보다 외부 인력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안전수칙 위반에 대한 ‘즉시 출입제한’ 제도화다. 기존에는 1회 위반 시 4시간 안전교육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1회 적발만으로도 교육과 함께 출입제한이 병행된다. 2회 이상 반복되면 추가 제재가 뒤따른다. 위반 당사자뿐 아니라 관리·감독 책임자까지 출입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연대 책임 구조도 도입했다.

숙취 작업자에 대한 단속도 대폭 강화했다. 외부 출입자는 작업 허가 및 TBM(작업 전 안전회의) 단계에서 음주 측정에 응해야 한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 나오면 즉시 작업에서 배제하고 1주일간 출입이 제한된다. 0.08% 이상 만취 상태에서는 퇴근과 함께 1개월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위반이 누적되면 최대 6개월까지 출입이 제한된다. 측정을 거부할 경우에도 즉시 작업 중단과 회사 통보가 이뤄진다.



근로자 개인뿐 아니라 소속 외주·협력사에 대한 제재도 강화했다. 소속 회사에서 숙취 적발자나 중대 위반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우선 경고를 내린다. 이후에는 계약 금액 인하, 입찰 참여 제한 등 실질적인 경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포항제철소에서 잇따른 인명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내부 위기의식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최근 사고 직후 이동렬 포항제철소장을 전격 보직 해임하고 후임을 두지 않은 채 이희근 사장이 직접 제철소장을 겸임하며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산업현장의 안전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 집행, 원·하청 통합 안전관리 책임 강화, 반복 사고 기업에 대한 강력한 행정 제재를 예고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사고 한 건이 곧바로 기업 존립 위험으로까지 이어지는 시대”라며 “정부 기조에 맞춰 기업들도 내부 규제를 더 엄격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