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충당금'…3대 지방금융지주 나란히 '역성장'

by유은실 기자
2024.02.07 17:33:28

충당금·상생지원 '비용' 찍힌 지방금융지주 성적표
작년 순이익 1조6041억원···전년 대비 약 10% '뚝'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지난해 3대 지방금융지주가 ‘충당금 적립’과 ‘상생지원’ 비용이 찍힌 성적표를 받으며 역성장했다.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부동산시장 악화까지 겹치자 미래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은 탓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DGB금융지주는 7일 지난해 총 387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4016억원에 비해 3.4%(138억원) 줄어든 수치다. 시장의 순익 컨센서스(4570억원)보다도 700억원가량 낮다. 이미 지난해 3분기 순익이 전년도 한해 순익을 뛰어넘었던 DGB금융은 4분기 성적표가 악화되며 전체 순익을 끌어내렸다. 4분기만 떼어보면 3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DGB금융은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대비한 은행의 특별대손충당금 적립, 민생금융지원(상생지원)을 위한 일회성 비용 그리고 비은행부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에 대한 충당금 적립 영향이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3대 지방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순익도 1년 전보다 9.71% 감소한 1조 604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도 전년 대비 실적이 떨어졌다. BNK금융의 순익은 전년 대비 18.6% 감소한 6303억원, JB금융은 2.5% 줄어든 586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역시 순익 감소에 대해 ‘충당금’과 ‘민생금융지원’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에 잡힌다. 즉 충당금이 늘면 비용도 덩달아 늘어 순이익은 줄어드는 구조다. 지방 금융지주들은 은행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연체율이 올라가면 이에 대응해 추가 충당금을 쌓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BNK금융의 은행들은 순이익 99%를 책임지고 있다. 은행부문이 손실흡수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충당금 선제 적립과 상생금융 관련 비용 증가로 전년 대비 722억원 감소하자, BNK금융 전체 순익 낙폭도 두자릿수로 크게 나타났다. JB금융 역시 충당금 적립 및 상생금융 등 비경상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순익이 쪼그라들었다.

왼쪽부터 BNK금융지주·JB금융지주·DGB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각 사)
부동산 경기 부진 심화도 영향을 미쳤다. 비은행 계열사 중 캐피탈 순이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지방금융지주들이 부동산 시장 악화에 대응해 충당금을 쌓았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DG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중 DGB생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실적인 전년보다 부진했다”며 “부동산 PF사업의 연착률을 위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조달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올해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취약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 충당금 인식이 불가피해서다. 지방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높은 이자이익 창출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경신해오던 시절과는 환경이 달라졌다”며 “충당금 적립 이슈는 올해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