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지나 기자
2016.01.26 17:51:34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원내교섭단체 구성 난항..입지·역할 고려시 더민주보다 유리
千 의원측 "더민주 당해체 수준의 변화 없어..호남 뉴DJ 발굴에 동의해"
"소통합 핵심 정동영, 결정 못해..신당통합 대신 국민의당 합류 결정 계기"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호남 개혁정치 복원을 주장하던 천정배 의원이 돌연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통합을 결정했다. 당초 통합 논의가 있었던 야권 신당 세력간에 사전 논의 과정도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천 의원은 국민의당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와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국민의당은 전북·부산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고, 막바지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중앙당 창당 요건인 5개 시도당 창당대회를 모두 완료하면서, 내달 2일 중앙당 창당 일정만 남겨뒀다. 이날 전북도당 창당대회 일정에는 전날 통합을 발표한 천 의원이 참여하면서 국민의당 호남권 세몰이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호남 신당 추진 세력과 통합 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천 의원이 국민의당과의 통합으로 급선회한 것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박주선 의원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지난 23일 천 의원과 회동하고 박주선-천정배-정동영 3자 통합 추진을 합의했다”며 “그러나 합의한 지 이틀만에 사전 협의 없이 천정배 의원이 국민의당에 전격 합류해 아쉽다”며 섭섭함을 나타냈다.
특히 천 의원은 그동안 국민의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더민주 합류 가능성도 거론됐다. 천 의원은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을 강하게 질타하는가 하면, 국민의당에 호남 현역의원들이 대거 합류하는 것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동안 천 의원은 호남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를 주장하며, ‘뉴DJ’인사를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더민주 측 또한 “천 의원이 공동비대위원장과 5대5 비대위원 배분, 광주 공천의 사실상 전권 부여 등 구체적 조건을 제시했다”며 천 의원을 비난했다.
천 의원은 더민주 대신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야권의 세력교체를 통해 국민에게 정권교체의 희망을 드려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해왔다”라며 “지금의 야당을 지배해 왔던 패권주의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근의 상황에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천 의원이 몸값을 더 올릴 수 있는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민주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영입, 문재인 대표의 사퇴 결정, 박영선 의원의 잔류 결정 등으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간 반면, 국민의당의 경우 외부인사 영입 논란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등으로 호남 지지율이 떨어지고 더민주 추가 탈당이 지지부진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었다. 천 의원 입장에서도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는 것이 본인의 입지를 제고하고 당내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천 의원 측근은 “더민주에 작년부터 변화의 기준을 제시했고, 당 해체 수준의 변화를 요구했는데 그에 부합하지 못했다”면서 “또 호남 현역의원의 개혁에 대해서는 통합 합의문에서 나와있듯이 국민의당과 충분히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주선-천정배-정동영 3자 연대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소통합의 핵심은 정동영 전 장관이었다. 오랜기간 정 전 장관을 모셔오려고 노력했는데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천 의원이 신당 통합 대신 국민의당 합류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