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추경'이라면서…체납관리단 등 '이재명 사업' 수두룩

by송주오 기자
2026.03.31 12:33:42

[이란전 추경]
체납관리단 9000명·농지조사 5000명 고용 예산 편성
임금도 최저임금 보다 많은 생활임금 적용
영화·공연·숙박 할인에 첨단제작영화 지원도 포함

[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26조 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가운데 ‘전쟁’과 무관한 항목들도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세 체납 업무에 투입되는 체납관리단과 문화분야 소비 촉진을 위한 영화관람권 할인 등이 대표적이다. 일자리 창출과 고물가 부담 경감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 온 것들로 ‘대통령 사업’을 추경으로 해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체납관리단 실태확인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세청)
정부는 31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추경 항목 중 이 대통령 사업이 곳곳에 포진했다. 우선 9000억원을 편성해 2만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 가운데 체납관리단(9500명·2134억원), 농지특별조사(5000명·588억원)가 들어갔다.

체납관리단은 이 대통령이 조세정의 실현을 이유로 지시해 만든 조직으로, 국세청은 올해 500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체납관리단을 1만명 규모로 채용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국세청이 예산 문제로 인력 확대를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번 추경을 통해 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실현하는 셈이다.

농지특별조사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인력·예산 부족을 이유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중동전쟁 여파와 무관하지만 이번 추경에 포함돼 인력을 구성할 수 있는 예산 숨통이 트이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체납관리단과 농지특별조사의 임금도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공공부문에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모집된 인원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 320원이지만, 생활임금은 서울시 기준 시간당 1만 2321원이다. 월급(월 209시간 근무)으로 환산시 각각 215만 6880원, 253만 3289원으로 생활임금이 37만여원 더 많이 받는다.

아울러 문화·예술 분야도 전쟁추경으로 지원한다. 영화관 관람권 6000원 할인(361억원), 공연 회당 1만원 할인(51억원), 숙방 1박당 최대 3만원 할인(112억원) 등 총 1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독립영화와 첨단제작영화에도 추경 재원이 투입되는 데 규모가 385억원이다.

정부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전쟁추경’이란 표현 대신 ‘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이번 추경을 ‘중동위기 극복 추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