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韓시장서 5조 벌고 세금은 200억…"내년 구글세 도입"
by이명철 기자
2019.07.11 18:34:03
BEPS 기업설명회…기재부 “내년말 기준 마련 목표”
조세회피 목적 국제거래 이전가격 합리적 판단 기준 마련
무형자산 범위 확대하고 정상가격 산출 위한 보완도
| 11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BEPS 기업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이명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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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국내서 거둔 막대한 수익에 비해 턱없이 적은 세금을 내는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과세, 일명 ‘구글세’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연내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중심으로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과세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글로벌 IT기업뿐 아니라 국내 사업장을 두고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해온 해외기업에 대한 관련 법령도 강화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제정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서울 오후 2시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2019년 제1차 벱스(BEPS)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벱스란 국가별 조세 제도 차이나 허점 등을 이용해 조세부담을 줄이는 국제적 조세회피 행위를 말한다.
기업이 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 지역에 특수관계인(자회사 등)을 세워놓고 소득이나 자산을 옮겨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게 대표적인 행태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수법으로 해외기업이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도 턱없이 적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례로 구글의 경우 한국에서 연간 5조원대 매출을 올리지만 우리나라 국세청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200억원도 안돼 과세 형평성을 두고 논란을 빚었다.
OECD 등 세계 각국은 이같은 과세 불평등 해소를 위해 벱스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기재부 역시 2016년부터 벱스 대응 지원센터를 설치해 국제조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홍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국제조세 분야는 내국세와 달리 늘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는 편”이라 “과거 수십년간 양자간 조세조약 기반으로 운영했는데 최근에는 벱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자화, 강행 규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관심이 많은 분야는 사업장이 없어 세금을 부과하기 애매한 IT기업의 과세 기준을 정하려는 시도인 ‘구글세’다.
김 과장은 “다국적기업에 대한 구글세는 내년말까지 과세 기준을 제정하는 게 목표”라며 “디지털 경제에 관한 새로운 국제 과세 체제를 위해 연말까지 실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기업들의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외기업들이 국내에서 특수관계자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할 경우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해당 거래가격의 합리적인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먼저 과세당국은 국내 거주 해외기업과 국외특수관계자 사이 국제거래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거래를 인정하지 않고 정상가격을 산출해 세금을 부과토록 했다.
원유, 농산물, 광물 등 공개시장에서 거래하는 품목은 품질이나 거래량, 거래시기 등에 따라 가격차이가 큰 만큼 납세 시점에 신뢰할만한 가격으로 거래했는지 여부를 살피도록 했다.
무형자산 거래의 정상가격 산출 기준도 보완했다. 기존에는 범위를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으로 열거했지만 ‘유형·금융자산이 아닌 자산, 기업 사회활동에 사용’ 등 포괄적으로 변경했다. 경제적 편익을 위한 악용 가능성이 높은 무형자산 거래는 사후 평가를 바탕으로 당초 거래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해외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국내 관련 법령 개정은 지속할 예정이다. 김 과장은 “구체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달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도 벱스 프로젝트 관련 개선안이 들어갈 것”이라며 “개선하는 과세 분야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