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일산화탄소경보기 제품 35% 성능 미흡”
by이윤화 기자
2019.04.16 16:33:48
지난해 강릉 펜션 사고 이후 경보기 설치 의무화
일산화탄소경보기 성능, 여전히 기준치에 못미쳐
14개 제품 중 5개 제품이 감지, 음량 성능 떨어져
| 가스누출 사고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도 강릉시 경포 아라레이크 펜션 2층 객실에서 지난해 12월 19일 밤 국과수 대원들이 해제한 보일러와 연통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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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지난해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이후 숙박시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시중에 판매·유통되는 제품들 중 일부는 여전히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일산화탄소경보기 14개(건전지 전원형 13개·교류 전원형 1개) 제품을 대상으로 성능을 시험 한 결과 5개(35.7%) 제품의 일산화탄소 감지나 경보 음량 성능이 미흡했다.
‘가스누설경보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의하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ppm(1차 경보농도)일 때 5분 이내에, 550ppm(2차 경보농도)일 때는 1분 이내에 경보를 울려야 한다.
오경보를 막기 위해 50ppm(부작동 농도)에서 5분 이내에는 작동하지 않아야 하고 경보 음량은 70dB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전기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교류전원형에만 적용되고,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대부분이 건전지 전원형인 만큼 이 기준을 바탕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14개 제품 중 5개(건전지형 4개·교류전원형 1개)가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4개 제품은 1차·2차 경보농도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오작동 했다. 3개 제품은 경보 음량이 52dB∼67dB 수준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2개 제품은 경보농도와 음량 모두 미흡했다.
| 일산화탄소경보기 제품 경보농도 및 음량 성능 미흡 제품 및 시험결과. (자료=한국소비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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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교류전원형 1개 제품은 1·2차 경보농도와 부작동 농도에서 모두 오작동한 것은 물론 음량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도 장시간 흡입할 경우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국내 경보농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경우 최저 경보농도 기준을 각각 50ppm과 70ppm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50ppm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준으로는 저농도에 장시간 노출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실제로 유럽연합(EU) 기준에 따르면 시험대상 제품 14개 중 13개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시중에 판매되는 경보기는 소비자가 직접 설치하는 제품으로 바닥이나 창문 등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경우 경보가 울리지 않을 우려가 있지만 3개 제품만이 설치 위치를 안내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기준에 미흡한 제품 사업자에게는 자발적 시정을 권고했다.
아울러 소방청에는 △건전지형 일산화탄소경보기의 형식승인 등 기준 마련 △일산화탄소경보기의 경보농도 기준 강화 △일산화탄소경보기의 설치기준 마련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