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갈등 화해..금호그룹 재건 탄력받는다

by성문재 기자
2016.08.11 18:56:10

박찬구 회장 "기업 생사 위기에서 소송 무의미"
"금호아시아나그룹 정상화해 국가경제 기여하길"
박삼구 회장 "심려 끼쳐 죄송..경제 발전에 최선"

[이데일리 성문재 신정은 기자] 법적 다툼까지 벌이며 갈등을 빚어온 금호가(家) 형제가 화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과 고소 건을 모두 취하했다. 지난 2009년 이른바 ‘금호 형제의 난’으로 서로 등을 돌린지 7년 만이다.

최근 롯데그룹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슈는 상호간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는 교훈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금호그룹의 재건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 인수에 힘을 얻게 됐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11일 “스스로의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더욱 집중하고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모든 송사를 내려놓고 각자의 갈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소송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찬구 회장측은 “글로벌 경제상황과 경쟁여건의 불확실성과 불안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로 한국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고, 산업별로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하루 빨리 정상화돼 주주와 임직원, 국가경제에 보다 더 기여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곧바로 “금호석유화학의 모든 소송 취하에 대해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박삼구 회장측은 ”그간 국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양 그룹간 화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지난 10일 아시아나항공(020560) 이사진을 상대로 서울남부지검에 형사 고소한 ‘아시아나항공 이사 등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사건과 박삼구 회장, 기옥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 ‘CP 부당지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을 포함한 관련 사건들을 직접 취하했다.

오는 22일이 조정기일인 상표권 소송에 대해서도 양측이 원만하게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완료하며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중요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 합병 이후 사명은 금호홀딩스㈜로 바뀌며 12일 공식 출범한다. 박삼구 회장과 김현철 금호터미널 대표가 금호홀딩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기업의 덩치를 키움으로써 금호타이어(073240)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을 수월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금호고속까지 합병하면 금호홀딩스는 연 1000억원의 현금창출능력을 갖춘 알짜 기업으로 거듭난다. 이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7일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박 회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금호기업에 의도적으로 헐값에 넘겼다’고 주장하며 박삼구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임원 2명 등 3명을 고소해 금호그룹 재건에 큰 변수를 만들었지만 이번에 고소를 취하함으로써 이같은 우려마저 해소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홀딩스는 자체사업으로 터미널 사업을 영위하면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는 안정된 홀딩컴퍼니(지주회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그룹의 지배구조확립 및 재무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