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도입되면 외국 전문로펌 사냥터된다"

by이승현 기자
2020.10.22 17:23:07

경총, 22일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토론회
한석훈 교수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제도 개선"
윤석찬 교수 "5배 한도 징벌적 손해배상 과다"
김용근 부회장 "대응력 없는 중소·중견기업 존폐위기"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교수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외국 집단소송 전문 로펌의 사냥터가 되고 결국 기업과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또 소송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은 회사의 존폐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2일 온라인을 통해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집단소송제법의 문제점에 대해 발제한 한석훈 성균관대 교수는 “거액의 화해금을 노린 소송이 남용될 수 있는 만큼 소송 남발 위험 부담이 큰 미국식 집단소송보다는 현행 민사소송법상 공동소송과 선정당사자제도를 개선해 효율적으로 다수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소송에 의한 피해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동소송은 선정된 자가 모두를 위해 소송당자자로 소송을 담당하는 제도이고 선정당사자제는 사업자의 위법행위로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권익이 침해되는 경우 자격을 갖춘 단체가 그 행위의 금지나 중지를 청구하는 소송이다. 한 교수는 “집단소송법이 초기 미국 집단소송제와 유사하게 설계됐다”고 평가하며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제기되면서 막대한 배상액, 광범위한 소송자료 제출 문제, 주가ㆍ회사 이미지 추락 등 기업에 대한 부담과 남소의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식 집단소송은 전문 변호사들이 패소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며 사건을 발굴하는 분쟁 해결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나 가능한 제도”라며 “독일 등 유럽연합에서도 남소, 고비용ㆍ저효율의 소송구조, 미국 로펌의 법률시장 잠식 우려 등으로 인해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아니라 참가신청(opt-in)방식의 단체소송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징벌적 손해배상 및 반기업 편견을 가진 배심제와 결합해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석찬 부산대학교 교수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의 문제점을 발표한 윤석찬 부산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가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했는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악의에 찬 고의’로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5배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다하다”고 강조했다.

또 “2008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발생한 Exxon사 선박의 충돌사고에 의한 원유 유출 피해자들에게 인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50억 달러(한화로 약 5조원)에서 5억750만 달러(한화로 약 6000억원)로 대폭 감액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실손해 배상과 징벌적 배상의 비율을 최대 1:1로 본 것으로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지나치게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전형적 사례로 소개되는 1992년 맥도널드 커피 사건도 오히려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규제 논의를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건”이라면서 “미국 학계에서는 19세기부터 과도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헌성 논의가 활발했다면서 일부 주(州)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입법예고된 두 법안의 취지가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데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업은 집단소송의 속성상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경영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입법예고안에서 변호사가 제한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소송을 통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현재도 우리 기업은 과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진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제도적 부담이 거듭된다면 기업들은 도전적이고 전략적인 신기술ㆍ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왼쪽부터)윤석찬 부산대학교 교수,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선정 동국대학교 교수,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교수, 양준모 연세대학교 교수, 이세인 부산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