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가상화폐 실명제 시행..법인계좌(벌집계좌) 이용자 76만명 혼란

by김현아 기자
2018.01.29 21:47:4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출처: 한국블록체인협회
내일(30일)부터 은행권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의 제한적 거래실명제를 전격 도입함에 따라, 현재 법인계좌(벌집계좌)를 사용 중인 거래소 회원들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29일 사단법인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파악한 협회 거래소 회원사 중 가상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거래소의 회원 가입자 수는 23일 기준 고팍스 15만1000명, 코인네스트 약 50만 명, 코인이즈 약 1만4000명, HTS코인 약 1만 명, 코인링크 약 5만7600명, 이야랩스 약 5만5000명 등 76만 여명에 달한다.

또한 해당 거래소는 기존에 가상계좌를 사용해 온 거래소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거래소는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 및 신규 계좌 발급 불가 통보를 전달 받아 매우 당혹스런 입장이다.

또한 본인확인 시스템을 적극 수용하려고 했지만 은행권의 일방적인 거부로 시장에서 강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정부와 은행이 본인들을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극심한 우려를 표출했다.

에스코인은 A은행과 지난해 12월초부터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해 왔으나 현재 해당 은행 측으로부터 중단 통보를 받아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또 다른 회원사 대표는 아예 신규 회원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대표는 “현재 법인계좌로 회원을 받을 때에도 이미 충분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일부 거래소에만 신규 가상계좌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매우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화준 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투기를 잡는 것은 옳은 방향이나 시장의 공정한 경쟁마저 저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존에 은행연합회를 통해 협의한 6개 은행들은 정부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시장에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76만 개 이상의 계좌를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상화폐 실명제란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입출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일부터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투자금을 입금하려면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과 같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현재 업비트는 IBK기업은행, 빗썸은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해당 은행에 이미 계좌가 있다면 기존 계좌를 사용하면 된다.

따라서 계좌가 없는 사람은 새로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 가상계좌는 실명제 도입과 함께 출금만 가능하다. 새 계좌를 개설하려면 은행에 급여, 공과금 이체, 신용카드 결제 등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 한다.

가상계좌가 아닌 법인계좌(일명 벌집계좌)로 이용자의 자금을 받는 거래소들은 여전히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가상계좌를 이용하는 거래소는 현재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중소거래소는 벌집계좌를 이용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사실상 벌집계좌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어 실명제 실시 이후 이들 거래소는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중소거래소들은 은행에 가상계좌 발급을 요청하고 있으나 은행들은 계좌 발급에 소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