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시장을 잡아라..시중은행, ‘모바일 뱅크’ 속속 출시

by이성기 기자
2015.11.24 16:57:18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에 이어 신한은행·KEB하나은행도 잇따라 ‘모바일 뱅크’ 브랜드 출시를 예고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중금리 대출’이란 시중은행의 5% 이하 금리의 대출과 저축은행·대부업체 등의 20% 이상 고금리 대출 중간인 10% 안팎의 대출을 말한다. 그간 시중은행이 대출을 꺼려 온 ‘중신용자(5~7등급)’들이 제2금융권의 고금리로 밀려나는 ‘금리단층’ 현상이 심화하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게 중금리 대출 확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모바일 전용 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자연스레 은행 간 경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은행이 중신용자에게 문턱을 낮추는 것은 내년 출범 예정인 인터넷 은행과의 경쟁에 대비하고 채널 다양화를 통한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터넷은행과 개인 간 자금 수요를 연결해 주는 P2P대출 중개회사도 주요 타깃을 중금리 대출로 삼고 있어 중신용자들이 금리 부담을 더는 길이 열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 ‘위비모바일대출’을 내놓은 우리은행은 월 평균 80억원의 대출을 집행해 이달 11일 기준 400억원의 누적 대출을 기록했다. 지난 9월에는 핀테크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비 SOHO 모바일 신용대출’도 출시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설문조사 및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평가 방법을 신용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 등 모바일 뱅크에 연계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내달 초 새로운 모바일 뱅크 브랜드인 ‘써니뱅크’를 선보이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 공략에 나선다. 모바일 지갑 기능이 탑재되는 써니뱅크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등록만 하면 전국 7만여 가맹점에서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자동입출금기(ATM) 현금 인출뿐만 아니라 외화 환전·신용대출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KEB하나은행도 이르면 다음 달 ‘원큐뱅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원큐뱅크는 지문·홍채 등 생체정보인증시스템을 갖춰 누구나 간편하게 쓸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송금 서비스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 대출 기능 외에 하나멤버스와 연동한 다양한 부가 기능도 갖출 예정이다.



이 밖에 BNK그룹 부산은행도 롯데그룹과 협력해 금융·유통·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모바일 전문 ‘B뱅크’(가칭)를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틈새시장’인 중금리 대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고금리 대출 상환 부담에 짓눌려 온 중신용자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중신용자는 신용리스크에 비해 과도한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어 중금리 대출 상품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령 급한 대출이 필요한 신용 7등급인 직장인의 경우 그간 연 20% 이상의 고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면,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크를 이용해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가는 셈이다. 나이스평가정보 분석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신용등급 4~6등급의 고객들은 전체 43.1%에 해당하지만 전체 개인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5%에 불과하다.

관건은 시중은행들이 중신용자에 맞는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해 리스크를 줄이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권은 수익성 제고와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중신용자 대상 대출 상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중신용자에 대한 판매 경험이나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 채권 부실화 우려가 있어 일본처럼 노하우를 보유한 업체와 제휴를 통해 연계대출 등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