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표정 이재용 "인정할 수 없다"…합병 위법성 전면 부인(종합)

by배진솔 기자
2021.04.22 19:03:48

22일 이재용, 불법합병·회계부정 첫 공판…8시간30분 이어져
이재용 등 피의자 11명 공소사실 '모두 부인'
檢 "이 부회장 사익목적 합병"…변호인 측 "삼성 범죄단체보듯"
이 부회장, 5월 6일, 20일 공판 출석 예정

[이데일리 최영지 배진솔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법합병·회계부정’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약 8시간30분에 거친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량에 올라 법원을 뒤로하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오전 10시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과 변호인 측의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공소사실에 의견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인정할 수 없다”, “모두 부인한다”고 이어 말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검은색 양복에 타이를 매지 않고 단추를 하나 푼 흰 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최근 급성충수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8㎏가량 빠져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인사하며 악수를 나눴다.

재판 중에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종종 천장을 보거나 방청석을 바라보기도 하고 재판이 길어지자 마스크를 내려 물을 마시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먼저 오전에 이 부회장 등 피고인 11명의 공소사실을 요약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지난 공판준비기일 당시 변호인 측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검찰은 “합병에 최소비용을 들인 이 부회장의 승계 및 지배력 강화가 수많은 증거로 확인됐다”며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이뤄져야 했고 삼성물산에 손해가 야기됐다. 피고인들은 이 부회장의 사익을 목적으로 유리한 시점을 선택했고 사업 효과는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 측은 “피고인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너지 효과로 합리적이지도, 근거도 없는 수치를 제시했다”며 “그 자체로 허위”라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은 “합병에 경영권 승계 목적이 수반될 수 있어 이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데, 검찰은 마치 합병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순환출자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화됐고 경영권 안정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검사님들은 피고인이 합병이나 회계과정에서 쉼 없이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마치 (삼성을) 범죄단체로 보는 것 같다”며 “기업경영과정의 모든 행위가 범죄로 치부되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 재판장께서도 피고인들이 무고함을 벗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사업적 필요성’에 다른 기업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적 필요성을 허위 명분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게 왜 허위명분인지 증명해달라. 선언이 아니라 증명이 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재판을 마친 이 부회장은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지하통로를 통해 호송차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파란색 호송차 타고 다시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호송차는 외부에 철저히 차단됐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후에도 오는 5월6일과 20일로 예정된 공판에도 출석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