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사법 리스크' 발목…삼성 이재용 "위기 꼭 극복"(종합)

by김정남 기자
2024.11.25 22:25:20

이재용 회장,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
삼성 위기론 첫 언급…"반드시 극복" 의지
이재용 9년째 사법 리스크 우려하는 재계

[이데일리 김정남 김소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각계에서 나오고 있는 ‘삼성 위기론’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검찰 구형 직후 최후 진술에서다. 이 회장은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10년 가까이 이어지는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회장은 25일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을 통해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삼성 위기론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지금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검찰은 이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삼성은 이날 검찰 구형에 대해 긴장 속에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이 직접 삼성 위기론까지 거론하면서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 측은 1심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목적이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한 만큼 1심이 유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내년 2월 3일로 지정했다.

이 회장은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 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며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다. 합병 추진을 보고 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며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다”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의 여러 기업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과 주가 하락 등으로 주춤한 삼성이 또 다시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째 사법 리스크 탓에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총 106회 열린 1심 공판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을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1심 무죄 선고 이후에도 2심 공판에 총 5회 출석했다. 이 회장이 이날 언급했듯 현재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사법 리스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이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삼성 내 주요 임원들이 모두 해당되는 문제”라며 “삼성이 과거보다 몸을 사리는 것은 사법 리스크 같은 외부 요인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 회장이 과감하게 투자를 결단하고 위기 극복 메시지를 내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번주 혹은 다음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발표한다. 이 회장은 ‘인사를 통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야 제대로 된 미래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