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도 특권층?" 상위 1% 부자들이 내뿜는 막대한 온실가스

by정수영 기자
2024.10.28 19:37:02

옥스팜 '생명 위협 탄소불평등' 보고서 발표
"상위 1% 부자에 부유세 등 추가 부과해야"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전용기 두 대로 1년 중 25일을 비행한다. 이로 인해 나오는 탄소는 아마존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207년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미국 소매기업 월마트 상속인인 월튼가의 경우 요트 3대를 소유하고 있다. 이 요트를 이용하면서 월튼가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1년 동안 월마트 매장 직원 약 1714명이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이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이 일반인 1명이 300년간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분량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개인 전용기, 슈퍼요트 등을 이용하고 오염산업에 투자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다음달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를 앞두고 28일 발표한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Carbon inequality kills)’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억만장자들의 사치스러운 교통수단과 오염 투자를 모두 살펴본 최초의 연구다.

옥스팜에 따르면 전 세계 배출량이 지금의 추세로 계속된다면 탄소예산(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은 약 4년 안에 고갈된다. 일반인이 가장 부유한 상위 1%와 비슷한 수준으로 배출한다면 탄소 예산은 5개월 이내에 소진된다. 모든 사람이 옥스팜 연구에 나오는 개인 전용기와 요트를 보유한 억만장자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한다면 단 이틀 안에 사라진다.



옥스팜은 상위 50위 내의 부자 중 전용기를 소유한 23명은 1년 동안 평균 184회 전용기를 타면서 425시간의 비행 동안 연간 평균 2074t의 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일반인이 약 300년 동안 배출하는 양이다. 나머지 27명은 전용기가 없거나 공식적인 관련 기록이 없다. 또 18명의 부유층이 보유한 대형 요트 23대의 연간 평균 탄소 배출량은 5672t으로 추산됐다. 이는 일반인이 약 860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옥스팜은 또 이 부자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약 40%가 석유, 광업, 해운, 시멘트 등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이른바 ‘오염 산업’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옥스팜은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상위 1% 부자에 대한 소득세와 재산세를 신설하고, 개인 전용기·요트 등 탄소집약적인 사치 소비를 금지하거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염 산업 투자에 대한 부유세도 부과하자고 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슈퍼리치들은 우리 지구를 마치 자신의 놀이터처럼 생각하고, 쾌락과 이익을 위해 지구를 불태우고 있다”며 “그들의 오염 산업에 대한 투자와 개인 제트기요트는 사람과 지구에 직접적인 위혐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