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LCC 최장수 CEO` 정홍근, 위기 속 새 먹거리로 승부

by송승현 기자
2022.03.31 17:45:23

31일 티웨이항공 주총서 재연임 성공…LCC최장수 CEO 등극
공격적 경영으로 꼴찌 티웨이 업계 3위로 성장시켜
성장 정체 우려에 중장거리 노선 확대로 타개 노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정홍근 티웨이항공(091810) 대표이사가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역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에 등극했다. 두 번의 임기 동안 티웨이항공을 LCC ‘빅3’ 자리에 올려놓으며 존재감을 키워오는 데 집중했던 정 대표는 앞으로는 ‘장거리 LCC’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위치한 교육장에서 제1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2016년 취임 후 두 번의 연임(3년 임기)에 성공하며 오는 2025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됐으며 LCC업계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티웨이항공은 정 대표가 몸을 담근 전후로 운명이 뒤바뀌었다. 티웨이항공의 전신은 한성항공으로 지난 2005년 국내 최초 LCC로 출범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토마토저축은행의 품에 안긴 뒤 사명을 티웨이항공으로 바꿨다. 티웨이항공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지만 토마토저축은행이 부실로 퇴출당하면서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매물로 나온 티웨이항공을 예림당이 단돈 7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티웨이항공의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최초의 LCC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업계 ‘꼴찌(2013년 5개사 중 5위)’와 ‘중하위권(2016년 6개사 중 4위)’을 전전하던 티웨이항공은 정 대표가 합류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20년간 정든 대한항공(003490)을 떠나 2013년 티웨이항공 상무이사로 합류한 그는 입사 2년 만에 대표로 발탁됐다. 초고속 승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 대표가 항공업계에서 소문난 ‘영업통’이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합류하고 티웨이항공은 인천·김해·김포·제주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대구공항 선점에 집중했다. 대구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늘리고 괌 노선도 신설했다.

정 대표의 전략은 적중했다. 대구공항에서 가장 많은 정기노선을 띄운 티웨이항공은 2013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로 시작된 중국의 단체관광금지 보복은 오히려 대구공항에 집중했던 티웨이항공에 기회로 작용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격히 줄자 인기 공항인 인천·김포·제주 공항이 큰 타격을 입은 대신 일본 관광 수요가 늘며 대구공항이 빛을 본 것이다. 대구공항이라는 새 활로를 찾은 티웨이항공은 2017년 업계 3위 에어부산을 실적과 여객 수에서 제쳤다. 이후 티웨이항공은 3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만년 하위권에서 LCC업계 3위 자리에 올랐지만 티웨이항공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 1·2위 제주항공(089590)과 진에어(272450)와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8년 진에어가 국토교통부로부터 2년간 제재를 받았음에도 좀처럼 2위 자리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 대표가 고심 끝에 꺼내 든 카드는 중장거리 항공기 도입을 통한 노선 확대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2025년까지 중대형기 10대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도 하기 전에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이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잇단 대규모 적자에 한때 업계에서는 매각설이 돌기도 했지만 정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네 번이나 유상증자에 도전했다. 티웨이항공이 위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무리한 베팅이라는 지적도 잇달았다.

다행히 티웨이항공의 베팅은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 간 기업결함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경쟁제한성이 있는 국제노선 26개 중 11개 노선에 대해 운수권을 반납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정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그는 “대형 항공사의 합병이 없었다면 파리, 로마 노선의 운수권은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는 운수권”이라며 “최고 수준의 안정성과 합리적인 운임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장거리 LCC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제2의 도약을 일궈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