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팬데믹 기간, 디지털 소외 계층 '후생' 감소 컸다"

by하상렬 기자
2024.10.31 12:00:00

한국은행 경제연구 보고서
비대면 결제 강제되면서…현금 소비층 불편↑
디지털 이해도 낮으면, 현금 줄일 확률 16% 불과
"현금 수용성 높이고, 소외 계층 고려한 정책 필요"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결제방식이 강제되면서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들의 후생 감소가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타 연령층에 비해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의 불편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성인 문해학교에서 한 시민이 키오스크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세연 기자)
한국은행은 31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중 디지털 이해도와 현금수요 간의 관계’라는 BOK경제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는 코로나19와 같이 비대면 결제방식이 외생적으로 강제되는 상황 아래 현금을 계속 이용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가 휴대 현금을 줄일 확률은 평균 16%에 불과했다. 반면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가 휴대 현금을 줄일 확률은 26%로 10%포인트나 높았다.

연구진은 2021년 한은의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와 지역별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자료, 지역별 금융기관 점포 및 ATM 분포자료를 결합해 회기분석 등을 실시했다.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의 모바일금융서비스 이행 정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을 늘릴 확률은 32%로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46%)에 비해 14%포인트 낮았다.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지역의 경우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 37%가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을 높였고,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는 51%가 이용을 높였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경태 한은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현금 결제를 받지 않는 상점·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이해도가 낮을수록 소비자 후생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며 “특히 여타 연령층에 비해 현금 의존도가 높고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의 소비자 후생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따랐다. 이 부연구위원은 “금융·경제 디지털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현금결제 수용성을 높이는 정책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을 도입할 때 디지털 소외계층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