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주도권 경쟁 각축.."우리 플랫폼으로 '쉽게' 도입하세요"

by이재운 기자
2019.03.19 17:17:12

두나무 '람다256' 분사, 루니버스 플랫폼 출격
카카오-네이버-현대BS&C..기존 IT기업도 강화
'원조' IBM도 글로스퍼도 서비스 확대에 '박차'

[이데일리 이재운 한광범 기자] 블록체인 생태계가 ‘카카오 형제’의 동시 출격과 함께 다시 꿈틀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10’의 암호화폐 저장·송금 기능 탑재로 생태계 주도권 선점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 붙기 시작할 전망이다.

19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035720)와 네이버(035420) 등 인터넷 분야 대형 업체를 비롯해 두나무, 글로스퍼 등 떠오르는 스타트업, 나아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는 IT서비스 업체까지 블록체인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정보를 분산저장해 위·변조가 어렵다는 ‘투명성’을 기반으로, 결제·정산 등 민감한 데이터 처리에 적합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나아가 블록체인 플랫폼의 입지가 높아질수록 플랫폼 업체가 주도하는 생태계 참여업체가 늘어나고,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빅데이터 시대 경쟁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다. 여기에 내부에서 통용하는 암호화폐(토큰)는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고 이용자의 충성도도 높일 수 있는 ‘일석삼조’ 효과를 가져다준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업체인 두나무는 이날 서울 강남구 GS타워 아모리스 컨벤션에서 서비스 구독형 블록체인(BaaS) 플랫폼 ‘루니버스’ 공식 출시를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두나무 내부에 전담조직인 람다256연구소를 연 지 1년이 채 안 돼 해당 조직을 분사하고, 박재현 연구소장을 초대 대표로 선임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 두나무 제공
박재현 대표는 카카오의 ‘클레이튼’과 협업 추진을 비롯한 주요 사업 청사진을 제시했다. 야놀자, 메가존, 직톡 등 다양한 협업 파트너를 소개하며 “다음달부터 7개사를 시작으로 실제 활용사례를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박 대표는 “그 동안 블록체인 기반의 디앱(DApp·분산형 응용 서비스)은 한 번 이용하려면 블록체인 개발자조차도 지갑 등 별도 서비스를 다 가입해야하는 복잡함 때문에 사용성이 떨어졌다”며 “동시에 보안 문제가 있는 코드가 계속 재활용되는 등 여러 문제로 대중화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루니버스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 카카오톡 같은 기존 소셜미디어(SNS) 계정 등으로도 접속이 가능하게 지원하는 등 번거로움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다. 여기에 보안 취약점 해소, 자체 토큰을 활용한 생태계 확대 전략 등을 더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객사가 보다 쉽게 블록체인을 기존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도록 돕는 부분이다. 오재훈 람다256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에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개발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블록체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했지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30분 정도만 교육받아도 루니버스 기반 디앱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적은 비용으로 기존 고객의 디앱 전환을 이끌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람다256은 ‘2022년 블록체인계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디앱을 이용자들이 접할 수 있는 디앱스토어,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기술 솔루션을 접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해 한 자리에서 블록체인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런 점은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1세대 대표로 평가받는 글로스퍼도 추구하는 방향이다. ‘하이콘’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보다 쉽게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기 위해 최근 관련 솔루션 개발업체인 블록메이슨과 제휴를 맺었다. 글로스퍼는 하이콘이라는 자체 블록체인(메인넷)을 바탕으로 기업용 서비스 구축, 결제 시스템(하이콘페이)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블록메이슨의 솔루션은)블록체인 개발의 미래를 형성케 할 중요한 프로젝트”이라며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정부 프로젝트에 접목이 될 수도 있으며,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도구로 소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 대표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메인넷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생태계 주도권 싸움에 나선다. 앞서 지난해 나란히 계열사인 라인과 그라운드X를 통해 ‘링크체인’과 ‘클레이튼’을 소개했다.

한라홀딩스와 현대BS&C는 블록체인 기반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지난 1월 체결했다.
왼쪽부터 노영주 현대BS&C 대표이사, 김희권 한라그룹 CIO 상무, 윤부영 에이치닥 테크놀로지 대표. 현대BS&C 제공
‘범(汎) 현대’ 계열로 분류되는 IT서비스 업체 현대BS&C도 관계사 에이치닥테크놀로지를 통해 HDAC 플랫폼을 선보였다. 올 1분기 내에 개발자 도구(SDK)를 선보이고, 건설·부동산이나 제조, 금융, 유통 분야 공급을 타진한다. 이미 한라그룹 등 범 현대 계열 기업과 협력을 시작했다.

‘원조’로 평가받는 IBM은 일찍이 지난 2016년부터 금융, 물류, 공공 등의 분야에 자체 개발한 ‘하이퍼레저’ 플랫폼을 공급해오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을 위한 실시간 글로벌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를 72개국에서 선보이며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암호화폐(스테이블 코인) 기반 결제 플랫폼 장악에 나선다.

이런 경쟁이 본격화되는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S10’이 있다. 암호화폐 송금·저장 기능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디앱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져 이용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과거 삼성전자에서 삼성페이 개발 등을 주도한 바 있는 박재현 대표는 “삼성전자가 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자체로는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블록체인 업계의 플랫폼으로 보완하는 활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