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외교부, 잠적 北외교관 딸 북송 확인…"대신 처벌 받을 수도"

by김경민 기자
2019.02.21 16:18:12

태영호 전 北공사 "17살짜리 딸 북한으로 송환돼"

사진=AFP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작년 11월 귀임을 앞두고 잠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외무부는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사라진 후,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한 귀국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17세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10일 조 대사대리 부부가 북한 대사관을 떠난 후 나흘 뒤인 14일 딸이 평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조 대사대리의 딸은 북한에 있는 조부모에게 돌아가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북한 대사관의 직원들과 동행했다고 외무부는 설명했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이탈리아에서의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작년 11월 부인과 함께 행방을 감춘 뒤 이탈리아의 보호를 받으면서 서방 국가로의 망명을 타진하고 있거나, 이미 서방의 특정 국가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딸의 행방에 대해서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송환했다고 주장하며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이 작년 11월 당시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이상 동향을 파악하고 즉시 이탈리아에 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평양으로 송환했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개월간 다양한 경로로 해당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면서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조성길의 동향이 이상하다며 외교관을 붙여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조성길의 딸을 비행기로 베이징을 통해 평양으로 들여보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에서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집권당인 ‘오성운동’ 소속인 만리오 디 스테파노 차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면서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7세 소녀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나쁜 정권 중 한 곳에서 고문당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오성운동의 마리아 에데라 스파도니 의원도 “딸이 납치됐다면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태 전 공사는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어느 나라로 향할지에 따라 자녀가 북한에서 받는 처벌의 수위는 달라진다”며 “서방 국가가 아닌 서울로 향하게 된다면 처벌 수위는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북한은 보통 해외로 나가는 외교관들에 최소한 한 명의 자녀를 본국에 두도록 하지만, 최고위층이거나 지도부에서 인정을 받은 외교관들은 예외적으로 데리고 출국할 수 있다. 태 전 공사는 조 전 대사대리는 북한에서 매우 부유한 외교가의 일원으로 자녀를 데리고 이탈리아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