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재희 기자
2018.02.13 16:57:15
지난해부터 듀레이션 축소…금리 상승 대비
일부 중소 증권사 환·금리 위험 노출…"실적 변동성 우려"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최근 금리 급등에도 증권사들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하반기 채권금리 급등 쇼크를 겪으면서 면역력을 높인 결과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듀레이션을 축소하면서 금리 상승에 대비해 온 만큼 이번 채권 금리 급등에도 수익성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환, 금리에 대해 공격적인 전략을 쓰는 증권사라든가 운용 포트폴리오가 부동산 금융에 집중된 일부 증권사의 경우 금리 변화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작년 말 기준 총자산대비 채권 보유 비중은 47%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 183조원 규모다. 증권사는 환매조건부채권(RP)과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뒤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수익을 지급하려고 채권을 매입해 운용한다.
문제는 금리가 상승할 때다. 증권사는 채권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시 손실을 본다. 실제 지난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금리는 급등세를 탔다. 국고 3년 금리는 3분기 말 1.24% 수준에서 11월24일 장중 1.811%로 60bp 가까이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 평가 대상인 국내 24개 증권사가 이때 채권 부문에서 174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부터 금리 상승이 예고되면서 증권사들이 채권 듀레이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금리 상승에 대비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보유 채권이 많거나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평가손실이 늘어나는 구조인데 채권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만기를 짧게 해 금리 상승에 대비한 것.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채권 보유 상위 10개 증권사의 평균 듀레이션은 지난해 9월 기준 0.52년으로 지난 2016년 6월의 0.84년보다 대폭 줄었다.
증권사별로는 24조 3000억원어치 채권을 보유한 미래에셋대우가 듀레이션을 1.3년에서 0.8년으로 줄였다. 17조 4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NH투자증권은 0.9년에서 0.5년으로, 15조 20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한 KB증권은 1.9년에서 0.3년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 밖에 신한금융투자·메리츠종금증권·대신증권·신영증권도 듀레이션을 줄였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이미 짧은 듀레이션으로 채권을 운용하고 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수익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 변동성과 비교해 국내 채권 금리는 완만한 상승을 보이고 있는데다 많은 증권사가 듀레이션을 짧게 조정하면서 금리 상승에 대비해 온 만큼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별 운용 전략에 따라 금리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며 “환, 금리 등에 오픈된 전략을 쓰는 증권사나 부동산 부문 투자 비중이 과도한 증권사의 경우 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듀레이션 축소 등으로 금리 상승에 대비했지만 글로벌 증시 및 금리 변동성이 예상보다 컸다는 점에서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시중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은 증권사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채권운용을 공격적으로 하는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더욱 불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글로벌 증시와 금리가 시장 예상을 벗어난 변동성을 보였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대비했더라도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