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20.05.13 17:38:35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에도 국내 유턴 저조
수도권 입지제한 등 규제도 유턴 막는 요인
[이데일리 피용익 김상윤 김호준 기자] 베트남에서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A사는 한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검토하다 최근 계획을 접었다. 이 회사 임원은 “이곳 인건비는 월 25만∼30만원이다. 한국의 10% 수준이다”라며 “정부가 주는 고용보조금(2년간 1인당 30만~60만원)을 고려해도 한국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더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의료기기 공장을 운영 중인 B사 관계자는 “중국은 인건비 등에서도 유리하지만 무엇보다 거대 시장이 있어 근접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중국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라며 “현재로선 중국 공장을 철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는 리쇼어링(유턴) 지원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의 호응은 크지 않다. 낮은 인건비와 거대한 시장 등 해외 진출에 따른 이점을 포기하고 국내로 복귀할만한 유인이 많지 않아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들이 한국으로 유턴하지 않는 이유는 인건비 부담과 높은 세율, 수도권 입지 규제 등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2013년 12월 제정한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의 성과가 별로 없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유턴법을 시행한 2013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70곳에 불과하다. 연평균 10개가량이다. 미국 1600개(2010~2016년), 유럽연합(EU) 160개(2016~2018년), 일본 724개(2015년)와 대비된다. 정부가 유턴기업에 법인세와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등 각종 지원에 나선 것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월 개정된 유턴법을 시행하면서 종전 고용 및 산업위기지역이나 신설투자 유턴기업에만 적용하던 법인세 최대 7년 감면(5년 100%+2년 50%) 혜택을 증설 투자 유턴기업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제조업 외에 지식서비스산업·정보통신업도 조세감면 등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국·공유지 사용특례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해외 진출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다. 기업들은 유턴법 혜택들이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기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진 상태다. 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 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기업인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8년 11월 해외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150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는 “국내 유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해외시장 확대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답변은 “국내 고임금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었다.
지난 2014년 중국에서 국내로 유턴한 신발 제조업체 C사 대표는 “국내로 공장을 이전한 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이 때문에 날이 갈수록 가격경쟁력 등에 있어 중국 등 해외 경쟁사들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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