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으로 재액화기술 개발… ‘LNG선 1인자’ 대우조선 키웠죠”

by김정유 기자
2019.12.16 16:21:00

강중규 대우조선해양 선박해양연구소장 인터뷰
2014년 공개 PRS로 당시 37척 수주 ‘싹쓸이’
선주 신뢰 확보 위해 파일럿설비 만들어 시연
자체 화물창 ‘솔리더스’·쇄빙 LNG선도 개발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강중규 대우조선해양 선박해양연구소장이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대우그룹의 모토가 창조·희생·도전이었다. 기술이 최고라고 믿고 우리는 계속 도전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을 글로벌 LNG선 시장 1위로 이끈 ‘천연가스 재액화장치’(PRS) 등이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16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강중규 선박해양연구소장(상무)은 대우조선이 LNG선 ‘넘버 원’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 이 같은 도전정신과 기술력을 내세웠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1992년 LNG선 최초 수주 이후 지난 10월까지 총 177척의 선박을 수주했고, 이중 145척을 인도했다. 글로벌 시장 기준 1위다. 158척을 수주한 삼성중공업, 92척을 수주한 현대중공업과도 격차가 큰 편이다.

강 소장이 꼽은 핵심 기술력은 단연 PRS였다. PRS는 LNG운반선이 운항시 화물창 안에서 기화되는 LNG 손실을 보존해주는 장치다. 대우조선은 2014년 PRS를 첫 공개한 뒤 단숨에 LNG선 37척의 수주를 싹쓸이했다. 경쟁사에도 유사 기술이 있지만 대우조선은 이들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원가 경쟁력이 강점이다. 강 상무는 “도전 정신으로 PRS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던 것이 대우조선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PRS는 대우조선이 한때 선박 운항 도중 LNG 증발이 많아 수주가 부진하자 개발해 낸 기술이다. 경쟁사들처럼 별도 동력이나 냉매 압축기 필요 없이 자연기화가스 자체를 냉매로 활용해 운영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강 소장은 “PRS가 개발되지 못했다면 지금의 대우조선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일반 연구원이 제안한 기술이었는데,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경영진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추진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박 안전성을 중시하는 선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강 소장은 “실제 봐야지만 신뢰를 할 것 같아 20억원을 투자해 3개월 만에 부산에 파일럿플랜트(시범공장)를 설치, 선주들에게 PRS 기술을 시연하기로 했다”며 “3개월간 매일 20시간 이상 일하면서 완벽한 시연을 선보이려고 전사적으로 매달렸는데 결과적으로 선주들의 평가가 좋았고 이후 시장에서 수주를 싹쓸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PRS에 이어 화물창과 쇄빙 LNG선도 독자 개발했다. 특히 강 소장이 2017년 주축이 돼 선보인 화물창 ‘솔리더스’가 대표적이다. 자연기화되는 LNG 비율을 낮추는 기술이 활용된 차세대 멤브레인(일반 화물창에 단열재를 부착하는 방식)형 화물창이다. 이중금속방벽을 적용해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그간 국내 조선사들이 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에 척당 약 100억원 상당의 기술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던 만큼 이 같은 국산 화물창 개발은 국내 조선산업 기술자립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강 소장은 “5년 이상을 솔리더스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목표한 시간내에 선급 인증을 받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월화수목금금금’식으로 밤낮없이 연구했다”며 “개발 과정에서 회사가 어려워져 관련 개발자들이 퇴사하는 등 악재도 겹치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조선 3사 중 가장 완성도 높은 화물창을 만들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자긍심을 줬다”고 말했다. 2014년 총 48억 달러 규모의 쇄빙 LNG선을 15척을 세계 최초로 수주(러시아 야말 1차 프로젝트)한 것도 대우조선의 기술적 성과로 꼽힌다. 쇄빙 LNG선은 척당 선박 가격이 3억2000만 달러 수준으로 일반 LNG선보다 1.6배나 비싸다. 기술적 관건은 2.1m의 얼음을 깨고 나가기 위한 추진력인데, 자칫 잘못하면 배가 좌초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강 소장은 “세상에 없었던 쇄빙 LNG선을 만들기 위해 2008년부터 5년간 연구개발에 매달렸다”며 “경쟁사 대비 박사급 인력도 적었던 우리가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것은 러시아 등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쇄빙선 선형 및 프로펠러 등을 개발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달려들었던 것이 효과를 봤던 것 같다”고 했다.

강 소장은 향후 LNG추진선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선박연료의 황 함유량을 줄이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 등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LNG추진선 발주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차세대 조선업계의 기술적 화두도 ‘디카보나이제이션’(Decarbonization·탈탄소)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화)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본과 중국이 기술적으로 국내 조선 3사와 경쟁이 되지 않는 만큼 LNG운반선, 추진선 수주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조선시장을 확실히 장악만 할 수 있다면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도 해외 업체들과 큰 폭으로 벌릴 수 있을 것이다. 대우조선은 개발 후 즉시 적용 가능한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춰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