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에 1조원 이상 재정지원…입지규제 완화 방안도 모색

by김형욱 기자
2022.10.27 17:15:55

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서 범정부 차원 지원방안 모색
추경호 부총리 "내년 1조원↑ 예산 반영…국회 통과 노력"
이창양 산업장관 "국가 차원 지원으로 입지 규제도 해소"
방산·원전 패키지 수출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

[이데일리 김형욱 공지유 기자] 정부가 국제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인력양성·연구개발을 중심으로 1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기로 했다. 반도체 관련 투자를 저해하고 있는 입지규제 완화 방안도 관계부처 간 논의한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번째)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3번째)의 발제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1조원 이상의 반도체 분야 투자계획을 반영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도 차질 없이 통과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도 반도체 경쟁력 강화 예산은 올해 6516억원에서 1조137억원으로 1.5배 이상 늘렸다. 반도체특성화대학 육성을 비롯한 인력양성(4498억원)과 차세대 지능형반도체를 비롯한 기술개발(3908억원) 등 투자에 집중했다. 또 5년 내 340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로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현 6%에서 중견기업과 같은 8%까지 높이기로 한 바 있다. 최근 심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수출 감소에 대응한 조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반도체 산업은 과거에도 하강기를 겪다가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며 “5년 내 340조원의 업계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반도체 관련 투자를 저해하는 입지규제 해소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의지도 피력했다. 이 장관은 “(투자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반도체 입지 관련 규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며 범부처 차원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당장 SK하이닉스(000660) 주도로 추진 중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입지규제로 막혀 있다. 총 120조원의 투자가 예정된 대규모 사업이지만 이곳 용수 공급을 위해 필수인 여주시의 반대로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중앙정부(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특화단지(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인접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에 따른 투자 지연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장관은 같은 날 서울 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제15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내년 중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해 인·허가 특례와 인센티브를 집중해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인천시와 충북도, 광주시·전남도 등이 특화단지 유치전 참여를 공식화한 상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방위산업(방산)과 원자력발전(원전) 패키지 수출로 현 경제 난국을 타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목표는 연내 130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방산 수출 수주와 2009년 이후 첫 원전 수출 성사다. 한국 방산 수출규모는 연평균 3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72억달러로 늘었고 올해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폴란드 등에 대한 대규모 수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원전산업계가 체코·폴란드 등에서 추진 중인 48조원(추산치) 규모 원전 사업 입찰에 뛰어들어 미국·프랑스 경쟁사와 경합 중이다. 성사 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기 수출 이후 최소 13년 만의 쾌거다.

이 장관은 “지난 8월 이집트에 원전을 수출(하도급 계약)해 1조원의 일감이 왔고 세계 시장도 우리 원전 수출 역량을 주목하고 있다”며 “앞으로 원전 수출 확대를 위해 새 일감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과 방산은 국가 안보와 밀접한 만큼 한수원과 정부가 원전을 수출하면 방산 역시 패키지로 갈 수 있다”며 “산업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외교부·법무부 등 모든 부처가 원전-방산 패키지의 중동과 유럽 수출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월28(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산업통상부에서 요젭 시켈라(Jozef Sikela)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