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김만배·남욱 구속 만료 닷새 앞두고 잇단 압수수색…수사 속도

by이연호 기자
2021.11.17 19:53:04

檢-곽상도·하나銀 압수수색, 警-최윤길 압수수색…로비 수사 본격 돌입
김만배에 100억 원 받은 의혹 박영수 전 특검 인척도 재소환
유동규 휴대폰 포렌식 완료…텔레그램 내용도 확인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검경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피의자들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구속 기간 만료를 닷새 앞두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그간 피의자들의 배임 혐의 입증에 주력해 오던 검경이 곽상도 전 의원과 최윤길 전 경기도 성남시의회 의장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관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은 곽상도 전 의원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자택과 서울 을지로1가 하나은행 본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곽 전 의원의 사직안이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지 6일 만의 압수수색이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 측의 편의를 봐주고 이곳에 취업한 아들 병채 씨에 대한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김만배 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업이 무산되는 걸 막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곽 전 의원에게 알선수재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한 뒤 조만간 곽 전 의원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이 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 김만배 씨로부터 100억 원을 받아 토목업체 대표 나 모 씨에게 전달하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전달된 2억 원의 자금 출처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화천대유-SK그룹 연관설’을 주장한 전석진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과 별개로 이번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도 이날 ‘성남시의회 30억 원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최윤길 전 경기도 성남시의회 의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은 이날 최 전 의장의 경기도 광주시 자택과 성남시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최 전 의장은 현재 화천대유에서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최 전 의장은 지난 2013년 2월 대장동 개발의 기초가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데 기여했다. 경찰은 이 대가로 최 전 의장이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성과급으로 3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그를 뇌물 수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최 전 의장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화천대유 사무실에서 성과급 지급 내역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 전 의장의 뒷돈 수수 및 대가성 여부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며 맨 먼저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 포렌식도 모두 마쳤다. 휴대전화 내 통화기록과 문자 메시지 수·발신 내용은 물론 별도의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던 암호화 메신저 앱 텔레그램도 열어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