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평이 입증한 코로나發 교육격차…"부진학생 지원대책 마련해야"
by신중섭 기자
2020.06.09 18:18:47
고3 등교 후 첫 모의고사서 교육격차 확인
"취약계층 학습관리 사각지대 놓이면서 학력 저하"
"부진 학생 관찰·지원 필요…사교육업체 활용도 대안"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등교한 이후 처음으로 치른 모의고사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어와 수학 나형 등에서 상·하위권 격차가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교육격차가 현실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과 학교현장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학생들의 학력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교육격차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고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지는 21일 오전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답안지에 이름을 적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9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치러진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성적 분석 결과 국어와 수학 나형의 상·하위권 격차가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에서 1~3등급 원점수 평균점수는 80.3점, 하위권 7~9등급 평균점수는 11.4점으로 상하위권 간 점수 차는 68.9점에 육박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큰 격차다. 국어 또한 상위권과 하위권 간 평균점수 격차는 61.4점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컸다.
평균과 표준편차로도 올해 학평 수학 나형에서 학생 간 학업 역량 차가 커진 것이 확인됐다. 최근 5년 중 가장 크게 벌어 올해 학평에서 수학 나형 전체 평균 점수는 41.8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다. 반면 평균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점수가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표준편차 값은 올해가 가장 높았다. 평균 점수가 낮고 표준편차가 높을수록 학생들 간 학업역량 차이가 커지는 것을 뜻한다.
교육계에서는 전체 평균 점수가 5년 내 이례적으로 낮게 나타고 상·하위권 격차가 최근 5년 사이 가장 벌어진 것은 개학연기와 원격수업 등으로 인한 학력 격차 징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가뜩이나 취약계층이나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학습 흥미가 낮은 학생 등 자기주도 학습이 어려운 학생이 학습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학력이 더 떨어지게 된 것”이라며 “반면 사교육과 부모 도움이 뒷받침되거나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한 상위권 학생은 이러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남 지역 한 고3 부장교사는 “개학 연기와 원격수업 상황 이후에 전반적으로 성적 하락이 나타났지만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가능하거나 경제적 상황이 괜찮은 학생들의 경우 하락폭이 적었다”며 “반면 맞벌이 부부 자녀로 학습관리가 부실하거나 기존에 학습의지가 떨어지는 학생들의 점수 하락이 큰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과 학교 현장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학생들의 학력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부진 학생에 대해서는 학습 지원 대책을 내놓는 등 교육 격차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 교수는 “학교의 경우 원격·등교수업 병행과 방역 관리 부담 등으로 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개별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학교는 학생 학력 변화를 관찰하는 역할을 맡고 학력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학원 이용 바우처를 지급해 방역 지침이 철저한 학원을 이용하게 하는 등 사교육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1학기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학력 격차 문제가 실제 발생하는지 세밀히 관찰해야 한다”며 “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별도 관리하는 등 학력 격차를 최소화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18일 치러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에는 재수생이 참여하면서 재학생과 재수생 간 학력 격차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욱 면밀한 학력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