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선거법 패스트트랙’ 연대로 한국당 압박... 정국 격랑속으로

by조용석 기자
2019.02.20 17:10:55

여야4당, 패스트트랙 연대 움직임…바른미래 곧 결정
한국당 “좌파독재 선전포고…목숨걸고 막을 것” 반발
여야4당, 선거제 세부내용 합의 안돼…패스트트랙 안건도 이견
“4당 연대, 언제든 깨질 수 있어…한국당 압박 목적”

한국당 ‘5.18 발언’과 관련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1일에 모인 여야 4당. 왼쪽부터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사진 = 뉴시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선거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당이 ‘좌파 독재 선전포고’라고 비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사이에도 선거제 개편 세부내용을 두고 이견이 커 이른바 ‘패스트트랙 연대’의 지속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4당이 함께 선거제 개편 관련 법안 뿐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관련 법안, 상법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국당 때문에 안할 순 없기에 4당 공동으로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 거의 한계점에 온 것 같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장 330일 이후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상임위 또는 본회의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패스트랙 법안으로 지정할 수 있다. 선거제 개편을 다루는 정치개혁특위,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사법개혁특위 등은 모두 여야4당 의원 비중이 5분의3이 넘어 패스트트랙 지정에 문제가 없다.

현재 여야4당 중 바른미래당을 제외한 3당은 선거개편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데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 ‘한국당 대 나머지 정당’ 구도로 짜여 파탄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으나, 선거제 개편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21일 열릴 의원총회서 동참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여야4당 연대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과거 독재정권 때도 선거제도는 합의로 했다”며 “민주당이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으로 하겠다는 것은 좌파 독재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진짜 파국이다. 의원직을 넘어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연대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들이 뭉친 것은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정작 민주당과 야3당 사이에서는 세부내용을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야3당은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준연동제·복합연동제·보정연동제 등 이른바 ‘한국형 연동제’ 도입을 당의 공식입장으로 발표했다.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소수정당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평화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에는 동의했지만 세부내용까지 동의하진 않았다. 추후 여야4당간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안건을 두고도 여야4당간 의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선거법 뿐 아니라 사법개혁 관련 법안, 상법개정안 등도 동시에 신속처리 법안으로 지정하는데도 의견을 함께하고 있지만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거쳐 통과된다고 해도 2020년 4월에 열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3월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후 최장 330일 다 쓰게 될 경우 총선을 2달 앞둔 내년 2월께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선거제개혁과 연동된 선거구 획정 등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21대 총선 적용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연대가 사실상 한국당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4당도 패스트트랙 연대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선거제 개편에 전혀 협조하고 있지 않은 한국당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