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징후 경고한 IMF…한국 경제도 초비상
by임애신 기자
2022.04.19 22:05:01
러시아 전쟁 종식 제재 움직임…세계 성장 저해
공급망 훼손과 인플레 심화…中경제 둔화도 변수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한 韓…전쟁 영향 적을 것"
"인플레 오랜기간 지속 가능성…섬세한 정책 필요"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의 어두워진 세계 경제 전망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리하고 있다.
IMF는 19일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오미크론 변종이 단기간 영향을 미친 후 2분기부터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세계 각국이 러시아가 전쟁을 종식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제재를 시행하며 경제 전망이 악화했다”고 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IMF의 첫 전망이다.
전쟁은 세계 경제를 끌어내리는 동시에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MF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하향하고 물가 상승률을 높여 잡은 것은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뛰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통화정책 정상화, 재정 지원 축소, 중국 경제의 추가 둔화 가능성, 코로나 재확산 및 변이 가능성 등도 경기 하방 요인으로 지목했다.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에 따른 대차대조표 위험 등 간접 효과도 확대도 우려된다. 장기적으로 보호주의와 기술 교류 제한 등으로 세계경제 통합과 국제질서가 저해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에 따라 세계 고용과 생산은 2026년까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것은 비단 IMF뿐 아니다. 세계은행(WB) 역시 18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4.1%에서 0.9%포인트나 낮춘 3.2%로 하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가운데 한국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IMF는 “2020년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코로나 상흔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난 해에는 가장 먼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미국 다음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내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대내외 위험은 경제주체의 심리를 위축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으로 대면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실물경기가 1월(0.3%), 2월(0.2%) 두 달 연속 주춤했다. 설비투자는 기저효과와 함께 일부 반도체 공장의 설비 증설이 지연되며 5.7% 줄었다. 이는 2020년 2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물가도 비상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해 △1월 3.6% △2월 3.7% △3월 4.1%를 기록하며 1분기 3.8%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3월 물가 상승률은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IMF는 이날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4.0%로 상향했다.
IMF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과거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전쟁은 에너지·농업 등 상품시장과 무역·금융 등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일부 품목의 병목 현상이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이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상승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IMF가 전망하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2.5%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지 않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 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통화·재정 등 정책 목표의 상충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 IMF는 “더욱 악화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서는 긴축적 통화 정책이 요구되지만 경기 회복 필요에 따른 각국 여건에 맞는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재정 여력 확보를 위해 확대된 재정 지원을 축소하되, 전쟁과 코로나 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도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에서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소득 및 자산 과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세수를 확충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