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무총장 사퇴, 꿈쩍 않은 노정희 위원장
by이지은 기자
2022.03.17 17:16:53
노정희, 17일 선관위 전체회의 주재…총장 면직 의결
거취 질문에 '침묵'…"지방선거 준비해야" 전 직원 메일도
與野 사퇴 촉구 한목소리…대한변협도 성명 발표
정권교체기 인사권 갈등 번져 "새술은 새 부대에"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무총장 중도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그러나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후폭풍은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책임론의 중심에 선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안팎으로 거세지는 퇴진 압박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한목소리로 노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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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17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김세환 총장의 면직을 의결했다. 김 총장은 전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튿날 바로 사표가 수리되면서 결국 오는 10월까지 예정됐던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지역선관위에 재직 중인 아들의 채용·승진 특혜 논란도 사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심을 모았던 노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이 자리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노 위원장은 회의 전후 거듭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 오후에는 선관위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중차대한 선거를 관리함에 있어 안일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공감한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더 이상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으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보다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선관위의 여권 편향성을 주장해온 국민의힘은 이를 계기로 노 위원장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두 차례 관련 논평을 내고 “밖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안으로는 조직원들의 신망을 상실했다”며 노 위원장의 버티기가 ‘몽니’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도 한목소리를 내는 사안이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야를 떠나서 선거사무에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입장을 바꿔 민주당이 야당이었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선관위원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적었다.
9명이 정원인 선관위원은 현재 ‘7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여기에 사무총장은 후임자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다. 선관위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오는 6월 실시되는 동시지방선거에서 엄정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가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부실 선거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즉각 사퇴하라”며 “빠른 시일 내 조직을 정비하고 일신하여 더욱 정교하고 철저하게 선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난 과오와 실책에 대한 조직 내부에서의 책임 있는 반성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관위원 의결을 거쳐 임명되는 사무총장직은 관례에 따라 박찬진 사무차장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선관위 논란이 정권 교체기 인사권 갈등으로까지 번져가는 게 변수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과거로 회귀하는 인물이 아니라 미래로 전진하는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