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하늘길에 줄줄이 적자…LCC 구조조정 체력전 돌입

by이소현 기자
2020.05.19 17:41:31

작년 일본 불매운동→올해 코로나19 연속 충격
1분기 6개 LCC 순손실 3800억대..매출 44%↓
1분기보다 2분기 상황 악화..유동성 위기 커져
유동비율, 진에어>제주항공>티웨이>에어부산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저비용항공(LCC)업계가 누가 오래 버티는지 체력전에 돌입했다. 수익의 90%가량을 차지하는 국제선을 사실상 ‘셧다운(운항 중단)’한 LCC업계는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보다 갚아야 할 빚(유동부채)이 많아 정부의 지원 없이는 당장 몇개월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LCC업계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제주항공(089590)과 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 에어부산(298690),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국내 6개 LCC의 지난 1분기(이하 별도기준) 매출은 총 7441억원으로 전년(1조3346억원)대비 44% 줄었다. 같은 기간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매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구조가 취약한 LCC업계에 미치는 코로나19의 충격은 곱절로 컸다.

환율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도 일제히 적자전환했다. 지난 1분기 당기순손실은 제주항공(-995억원), 진에어(-458억원), 티웨이항공(-343억원), 에어부산(-618억원), 이스타항공(-410억원), 에어서울(-257억원)이 연이어 순손실을 냈다. 6개 LCC의 1분기 순손실을 합하면 총 3801억원에 달한다.

위기 속에서도 LCC업체별 전략에 따라 희비는 갈렸다. ‘빅3’ LCC 중에서 매출 감소폭은 제주항공(-42%)과 진에어(-50%)보다 티웨이항공(-38%)이 가장 적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여행 수요로 대체되면서 국제선 공급량은 빠르게 줄이고 대신 국내선 공급량을 재빠르게 늘린 덕분이다. 진에어는 국토부 제재로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경쟁사 대비 공급량을 더 줄여 매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 1분기 대규모 손실을 입은 LCC업계는 “2분기(4~6월) 실적이 더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운항중단을 지난 4월부터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5개 항공사는 국제선 운항을 아예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모든 노선 운항을 중단해 이달까지 휴업 중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항공여객수가 급감해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며 “여객수 회복에 기대를 걸지만, 매출의 대부분이 국제선 항공여객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에 회사의 생존이 달렸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내선 수요는 4월 황금연휴 기간을 전후로 회복되기 시작한 점은 다행이다. LCC업계는 오는 6~7월부터 국제선 운항 재개를 목표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은 일단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 해제 등을 기대하며 국제선 일부 노선의 예약을 열어 둔 상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국적 LCC 1분기보고서(별도 기준)
코로나19 이전에도 공급 과잉 논란을 빚으며 출혈 경쟁을 벌인 LCC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당장 자금줄이 막혀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1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전년 동기(-632억원)보다 손실규모가 늘어 완전자본잠식에 이르렀다. 재무적 부담이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LCC 1위 제주항공까지 위험에 놓이게 할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LCC업계는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여파로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코로나19 여파까지 이어져 이미 자금줄은 꽉 막혔다. 지난 1분기 재무제표 기준으로 제주항공의 유동자산은 3044억원이며, 유동부채는 4929억원이다. 이는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보유 자산보다 빚이 더 많다는 의미다. 제주항공의 유동비율은 62%에 달한다. 유동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은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 매각 이슈가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분기 기준 유동부채는 2513억원에 달하지만, 유동자산은 649억원에 그쳤다. 유동비율은 26%로 현재 가진 자산으로 1년 내 상환의무가 있는 단기차입금 상환도 어려운 상황이다. 티웨이항공의 유동비율은 76%에 달하며, 유동자산(1274억원)보다 유동부채(1668억원)가 크다. LCC 중 유일하게 진에어만 유동비율(103%) 100%를 넘겼다. 진에어는 유동자산(2085억원)이 유동부채(2025억원)보다 많아 LCC 중에서 그나마 버틸 체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보다 자금 사정이 안 좋은 LCC들의 ‘버티기’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LCC 중에서도 모기업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모기업의 사정이 더욱 안 좋은 곳은 상반기 이후 버티지 못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유동성 위기에 LCC업계는 지난 2월 국책은행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약 65%(1940억원) 지급에 그친다. 양 국책은행은 앞으로도 LCC에 2180억원 이상을 LCC에 추가 투입할 전망이다. 심지어 작년 신규 면허를 발급받은 신규 LCC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전년도 매출 실적이 없어 금융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내 취항을 앞둔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의 운항증명(AOC) 절차도 미뤄지고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지원은 무상지원이 아닌 대출의 형식으로 이율은 최저 수준이지만, 어쨌든 갚아야 할 빚”이라며 “순환휴직 등 자구책 마련에도 수천억대 고정비 감당이 어려워 산소호흡기만 달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