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도 中 위안화 절하 ‘마이웨이’ …“1달러=7.4위안 간다”

by김정현 기자
2019.08.07 18:55:20

中 인민은행 1달러=6.9996위안 기준환율 고시
5거래일 연속 위안화 절하해…11년來 최저가
“美에 시위 성격도 있지만, 6위안대 환율 버겁기도”
“1달러=7.4위안까지 갈듯…원·달러 환율 또 오른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연일 절하 고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 대한 ‘시위’의 성격과 동시에 국내 펀더멘털상 위안화 절하 없이는 버티기 힘든 현실이 모두 반영된 결과입니다.”(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5거래일 연속 절하 고시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다음날에도 절하 고시를 이어갔다.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미국과의 갈등 격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달러당 6.9996위안에 고시했다. 전일 고시된 기준환율(6.9683위안)보다 0.45% 상승한(위안화 절하) 수치다.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값이기도 하다. 인민은행은 하루 한 차례 기준환율을 고시하는데, 지난달 31일 이후 5거래일 연속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높여 고시했다.

주목할 것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의 상승 폭이다. 지난 5일 전까지만 해도 인민은행은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달러당 6.9위안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시한 적이 없다. 위안화 절하에 질색하는 미국 눈치를 봤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그런데 지난 5일 6.9위안을 훌쩍 넘긴 6.9225위안을 고시하더니, 6일과 7일 각각 6.9683위안, 6.9996위안으로 올렸다. 달러·위안 기준환율이 사흘 만에 달러당 6.9위안을 넘어 7위안에 육박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와 관련해 미국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다.

미·중 협상이 호전되지 않자 중국 측이 미국에 위안화를 앞세워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충격을 희석시키려면 위안화 약세가 필요해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부실하고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중국 당국이 더 이상 위안화 절하를 막을 여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위안화 절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달러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기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14년 한때 4조달러에 육박했지만 최근엔 3조달러 수준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안유화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 당국이 달러화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미국 대두 수입이나 원유 수입 등이 모두 달러화로 이뤄진다”며 “위안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달러화가 필요한데 여기에 달러화를 소진하기보다는 아껴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할 의지가 나타나면서 시장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10시15분께 인민은행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고시하자, 달러당 7.0580위안 수준에 거래되던 환율이 단번에 7.0690위안까지 뛰어올랐다. 그 뒤에도 환율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날 장 마감께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7.0791위안에 거래됐다.

달러·위안 환율은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시장은 달러당 7.4위안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겠지만 달러·위안 환율이 향후 7.4위안까지도 상승할 수 있어 보인다”며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50원선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