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8.06.11 16:28:51
미국 5월 전기차 판매량 전년 대비 48% 증가
완성차 업계 본격 전기차 판매 준비…판매량 급증 전망
2차전지 수요 급증에 관련업체 증설 나서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업체 주가가 강세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2차전지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먼저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됐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 한달여 동안 이차전지용 양극활 물질 생산업체 엘앤에프 주가는 39.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기관 투자가는 537억원을 들여 118만주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다. 엘앤에프뿐 아니라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삼성SDI와 일진머티리얼즈 주가도 각각 22.1%, 20.3% 올랐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로 이목이 쏠린 것을 고려했을 때 2차 전지 관련주 강세 흐름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차전지 주요 수요처 가운데 하나인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사이드이브이(InsideEVs)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2만 4560대로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했다. 차종별로 보면 테슬라 모델 3가 6250대,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도 2924대 팔렸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4월 전기차 판매량은 12만 84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 늘었다. 4월까지 누적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43만 5500대로 집계했다.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삼성SDI와 LG화학 등 2차 전지업체도 증설에 나섰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올해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2배 늘였다. 오는 2020년까지 지난해 대비 4~5배 이상 증설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니켈코발트망간산화물(NCM) 시장 1위업체 유미코어가 연초에 1조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오는 2021년까지 17만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지난 2015년 생산능력 대비 10배 규모”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도 최근 770억원을 투자해 기존 생산능력 대비 70% 늘리기로 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산화물(NCA) 시장 2위 업체인 에코프로도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1만4000톤에서 내년 상반기 3만6000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 판매 증가뿐 아니라 2차전지 소재 업체가 기대하는 요인은 또 있다. 올해 들어 2차전지 업계는 오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하는 3세대 전기차(EV)용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3세대 EV는 자동차 업체가 순수 전기차용 플랫폼으로 개발한 차량을 의미한다. 한번 충전해 최소 500km를 주행한다. 1세대 EV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플랫폼을 부분적으로만 개조해 만든 것으로 차량 내외부가 거의 내연기관과 흡사하고 주행 거리는 120~130km에 불과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EV 시장 규모는 368만대로 전체 판매 차량 가운데 4%에 불과하다”며 “오는 2020년부터는 대다수 완성차 업체가 EV 전용 차종을 내놓을 계획이므로 판매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V 시장 규모는 2020년 850만대, 2025년 2200만대로 성장할 것”이라며 “사실 완성차 업체 판매 목표는 이보다 공격적”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020년 최소 1000만대에서 최대 1500만대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2차 전지 업체도 이에 맞는 생산량을 확보하고 있다.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2차전지 소재업체 주가 전망도 밝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