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최대 공시가격 인상률…내년도 보유세 인상폭 커진다(종합)
by정다슬 기자
2018.04.30 14:21:33
"시장 안정화될 때 공시가격 현실화 여지 커져"
재정특위서 보유세 강화 논의…"올해 세제 개편안에 포함 검토"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다섯번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강병구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과 위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재정개혁특별위원회 현판식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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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보유세 등 세금 부담 역시 많이 늘어났지만, 보유세 인상 기조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들어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안정되고 있는 것도 공시가격을 ‘현실화’(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높이는 것)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0.19% 올랐다. 이는 2007년(28.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 취득세 등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에 맞춰 높이는 것만으로도 세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는 측에서 공시지가 현실화를 꾸준히 요구하는 이유이다.
실제 현재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 2005년 부동산 세제 개편의 일환으로 토지·건물 분리과세 방식에서 토지·건물 통합 산정하는 것으로 공시제도를 개선하면서 공시가격을 시세의 50% 수준으로 맞췄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해왔지만 조세 저항에 가로막혀 현실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번에도 역시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현실화 비율)은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한정희 부동산평가과 과장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시세 상승률보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야 하는데 지난해 주택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서 공시가격을 더 끌어올리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만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워낙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대비 낮은 만큼 상승 폭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1~3월까지만 해도 가격이 폭등했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4월 이후 빠르게 안정화되는 모양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신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부동산 규제가 전방위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부터 가격이 빠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해 9월 이후 33주 만에 하락 반전(-0.03%)했다.
이대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안정화할 경우 정부는 오히려 공시가격 상승 폭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한 과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시세가 5% 뛸 때 공시가격을 6%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내년에 부동산시장이 안정화하면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기 쉬워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발맞춰 정부의 보유세 인상을 골자로 한 세제 개혁이 가시화되며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보유세 인상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위원장에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출신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선임됐으며 진보 성향 예산·세제 분야 전문가 30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현재 가시화돼 있는 보유세 증세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은 현재 공시가격의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해 과세표준을 공시가격 수준으로 높이는 안이 포함돼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폐지되면 ‘공시가격’이 곧 종부세 과표가 돼 세금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또 종부세의 각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도 △6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구간 0.75%→1% △12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구간 1%→1.5%로 참여정부의 제도 도입 당시 수준으로 올렸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종부세를 포함해 증세가 필요한 5대 세법 목록을 기재부에 전달했다. 참여연대 개편안에는 종부세의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주택·토지분 현행 0.5~2%)을 1~4%로 두 배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겨 박 의원의 안보다 증세 수위를 높였다.
특위에서는 고가주택 보유자와 저가의 2주택 이상 주택자와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 종부세 기준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종부세는 다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을 합산한 가격이 6억원을 넘어서면 대상이 되지만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 기준이 9억원으로 훨씬 높다. 따라서 지방의 공시가격 3억원짜리 주택 2가구를 가진 사람은 종부세 대상이지만 강남의 9억원 미만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종부사를 내지 않아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공시가격 9억원인 1가구 1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을 6억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주택자 주택 공시가격을 12억원으로 올리자는 박 의원의 안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1주택자의 종부세 기준을 낮출 경우 강남은 물론, 강북 등 비강남권의 중소형 아파트까지 대거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국토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만 봐도 서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는 13만 5000여가구로 서울 전체 공동주택의 5.5% 수준이지만 6억원 초과로 확대하면 전체의 12.8%인 31만 3000여가구로 배 이상 증가한다. 여기에 1가구 2주택 이상 종부세 대상자와 고가의 단독주택까지 포함하면 종부세 대상자는 더 늘어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세 인상과 관련 “공시지가 또는 공정가격을 수정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법, 다주택자 또는 똘똘한 한 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여러 정책 조합을 생각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올해 세제 개편에 포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보유세 인상방안이 올해 세제 개편안에 포함되면 오는 7~8월에 개편안이 공개되고 내년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