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징계소송 본격 시작…판사문건·채널A 사건 공방 치열(종합)
by이성웅 기자
2021.07.19 20:25:48
19일 첫 변론기일에 심재철·이정현 증인 출석
심재철 "尹, 검찰총장 정치적 중립 훼손…총장 자격 없어"
이정현 "수사 지연으로 골든타임 놓쳐"
8월 30일 2차 기일…''레드팀 보고서'' 작성자 증인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취소 청구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증인으로 나선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윤 전 총장의 징계 혐의 중 하나인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을 두고 재판부 회유·협박을 위한 ‘언론플레이’ 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채널A 사건 수사 중 대검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증언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19일 윤 전 총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기일엔 심 지검장과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심 지검장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2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고 있었다. 심 지검장은 재판부 사찰 문건은 지극히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문건이라고 주장하며 윤 전 총장 징계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윤 전 총장 측은 심 지검장과 초반부터 진실 공방에 들어갔다. 윤 전 총장 측은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에 문건 작성을 위한 기초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반부패·강력부가 보내지 않은 것은 증인의 지시였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심 지검장은 “이건 거짓말이다. 반부패·강력부에 참고자료를 달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정보정책실(수정실)에서 변명하려고 이런 말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심 지검장은 또 문건을 전달한 수사지휘·지원과장이 윤 전 총장으로부터 이 문건을 서울중앙지검 공판검사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수사지휘·지원과장은 법무부 감찰 조사에서 반부패·강력부가 참고로 알고 있으라고 전달받은 것으로 안다”며 “공판검사가 알 필요 없는 문건이라고 해서 보낼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심 검사장은 “제가 공판검사에게 전달됐는지 빨리 확인해보고 전달이 안 됐다면 전달하지 말라 지시했다”며 “만약 윤 전 총장이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왜 배포 여부를 확인하라 지시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심 지검장은 “문건 내용은 공판 활동에는 전혀 쓸모없는 내용이고 다 언론플레이용이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문건이 실제 언론플레이에 사용된 적 있나”라는 윤 전 총장 측 질문엔 “제가 아는 건 없다”고 답했다.
심 지검장은 신문 말미에 “이 전체적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 훼손이다”며 “윤 전 총장이 공인으로서 총장 자격이 없는 거라 본다”고 말했다.
심 지검장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이 부장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재직하면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을 지휘했다. 이 부장은 윤 전 총장이 사건 초기 진상조사를 대검 인권부에 맡기면서 수사가 지체됐다고 증언했다.
이 부장은 “채널A와 이 전 기자를 압수수색 했을 때는 이미 깡통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안타까웠다”며 “골든타임이 지나면 증거가 없어지고 말을 맞추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30일 2차 변론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기일엔 윤 전 총장 측에서 신청한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박 부장검사는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대검 형사1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사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레드팀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 전 장관에 대해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 혐의로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이 중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선 서울고검이 조사을 벌였으나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