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체험기] 콘서트 예매만큼 어려운 '잔여백신' 맞기…예약부터 접종까지
by함정선 기자
2021.05.27 18:21:10
27일 네이버와 카카오 통해 잔여백신 예약 서비스
접속자 몰려 카카오 초기 서비스 중단까지
대부분 지역서 잔여 백신 '0'
예약 후 취소하면 잔여 백신 기회 예약 기회 사라져
클릭만으로 예약부터 접종까지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백신 접종 예약이 콘서트 티켓 예매만큼 어려울 줄이야.”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 예약 서비스가 시작된 27일 오후 1시. 서비스가 오픈하자마자 클릭을 시작했다.
시스템 오픈부터 접종을 원하는 인원이 대거 몰렸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써볼 생각이었으나 카카오톡에 있던 ‘잔여백신’ 서비스는 오픈 후 제대로 열리지도 않더니 결국 서비스가 잠정 중단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접속자가 몰려 서비스가 버티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네이버 앱은 서비스 중단이나 끊김 없이 이용이 가능했지만, 잔여 백신 수량이 ‘0’에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이동이 편리한 위탁의료기관을 5개까지 설정하면 잔여 백신이 나올 경우 알림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알림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서비스 오픈 2시간가량이 지난 후 잔여 백신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의심이 들기 시작한 순간, 지도에서 2곳의 위탁의료기관에 잔여 백신이 있다는 표시가 떴다.
한 곳은 잔여 백신이 3개, 한 곳은 잔여 백신이 2개였기에 빠른 손놀림으로 클릭했지만 기자가 클릭한 순간 이미 잔여 백신은 동나고 없었다. 눈앞에서 백신 5명분을 놓친 기분이 들었다.
오픈 3시간 후에는 드디어 알람을 설정해둔 5개 위탁의료기관 중 한 곳에서 잔여 백신 1개가 남았다는 메시지가 떴다. 알람을 확인한 순간 곧바로 예약 버튼을 눌렀으나, 누군가 더 손이 빠른 이가 해당 백신의 주인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속속 백신을 접종했다는 후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잔여 백신 예약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접종 대기자들은 이날 하루 ‘0’이라는 숫자만을 봐야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0’이 가득 찍힌 네이버 지도 앱 캡처 화면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다.
이날은 65~74세 고령층의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날로 약 52만명이 접종을 예약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크니 ‘노쇼(no-show)’가 많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남는 백신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백신을 보며 포기를 할 무렵인 오후 4시께 잔여 백신이 4개인 의료기관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약에 성공했다.
네이버나 카카오를 통해 잔여백신을 예약하면 1시간 이내 의료기관에 도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본인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의료기관을 살피는 것이 좋다.
또, 예약이 완료된 후에 취소할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한 백신 예약 기회를 주지 않는 ‘패널티’가 부과되기 때문에 예약에는 신중해야 한다.
예약 확인이 된 후 곧바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기자의 나이는 43세, 알레르기도 기저질환도 없어 접종은 간단하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혈전 문제로 30세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 예약을 할 수 없다.
예진 시 의사는 40대도 ‘젊다’고 강조하며 혈전 문제에 대한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예진표를 작성하고 의사와의 예진이 끝난후 곧장 접종이 이어졌다.
주사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다행히 주사 맞을 때 통증은 여느 주사와 다르지 않았다.
오늘 하루 지켜야할 주의사항, 3일간 발열과 근육통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 등을 들은 후 이상반응 체크를 마치고 15분을 대기하다 귀가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8~10시간 후 최고조에 이른다고 한다. 독감 한 번 앓아본 적 없고, 평소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발열과 근육통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 않지만 7월이면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지금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