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로 간 李 "지역주의 완화"vs 종로 올인 黃 "국민 분노"(종합)

by유태환 기자
2020.04.13 17:18:15

여론조사 앞선 李, 후보 지원 광폭 행보
당내 기반 취약, 영향력 확대 모색 분석
생환에 정치 향방 달린 黃, 종로만 집중
"여러 지역 지원유세, 오만불손한 태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2일 밤 서울 종로 창신동 골목시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낙연 캠프)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미리 보는 대통령 선거’로 불리며 서울 종로에서 빅매치를 펼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지지율이 나온 이 위원장은 전국 각지를 누비면서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열세로 평가받는 황 대표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한 심경으로 종일 종로에만 올인(다걸기)하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13일 민주당의 사지인 TK(대구·경북)로 달려갔다.

그는 경북 포항시청 앞에서 진행한 오중기 포항북·허대만 포항남울릉 민주당 후보자 지원 유세를 통해 “제가 정치를 하는 그 순간까지, 정치를 그만두고 자유인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지역주의 완화를 포함한 국민 통합을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여러분에게 드린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박정희 대통령께서 나신 구미에 전남 도민의 숲을 만들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기념공원 부근에 경북도민의 숲을 만드는 사업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며 “지역의 장벽은 낮아지고 있고 더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충원 방문 때 참배를 건너뛰는 일도 비일비재한 민주당 지도부 입에서 고(故) 박정희 대통령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남에서만 내리 4선을 하고 전남지사를 지내는 등 호남이 정치적 기반인 이 위원장이 대권 행보를 고려해 내놓은 발언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이후 서울·경기·인천·충청·강원·부산·경남 후보들을 지원하는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여권 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이 위원장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회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내에서도 전략적인 차원에서 꼭 TK 지원을 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TK는 당대 당으로 선거 구도를 가져가는 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후보 개개인이 선방하는 게 낫지 거기 이 위원장이 간다고 표가 많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종로 생환에 향후 정치적 향방이 달려 있는 황 대표는 이날 새벽 6시부터 종로 17개 동에 대한 집중 차량 인사를 시작했다.

황 대표는 낙원상가 앞 유세에서는 “이 정권은 뭘 잘했다고 180석을 얘기하느냐”며 “저 황교안에게 견제할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 분노가 보이질 않는 모양”이라며 “이 정권은 계파와 진영을 나누고 우리 국민을 두 조각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4일에도 종로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대통령이냐”며 “종로에서 당선된 것처럼 여러 지역 지원유세를 가는 데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단 하루도 종로에서 선거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이날 저녁도 종로 거점유세와 창신동 골목시장 상가 방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자체 격전지 분류에서 종로를 제외한 상태로 전반적인 판세가 황 대표에게 열세라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황 대표 측은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왔던 민주당 소속 정세균 국무총리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종로에서 이겼던 20대 총선의 일발 역전이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물론 황 대표가 종로에서 이기면 본인의 향후 행보에는 좋겠지만 진다고 꼭 재기를 못하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종로 자체 승리보다 중요한 게 전체 의석수에서 민주당과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야권에서는 아직 황 대표 이외에 별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