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련된 산업정책으로 AI·반도체 굴기…韓은 규제에 발목"

by공지유 기자
2025.12.03 14:03:10

공학한림원 '中 굴기 대응 전략 포럼'
中 AI 기술력, 반도체·로봇까지 확장
양적 우위 밀리는 韓…52시간제도 발목
"금융 체계 구축하고 경쟁 환경 마련해야"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최근 중국의 산업 정책을 보면 선진국 못지않게 세련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각의 정책들이 굉장히 구조적이고 체계적입니다.”

한국공학한림원 중국 기술굴기 대응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배터리, 바이오 등 중국의 주요 산업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의 발언에서 중국이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정책으로 세계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 중국 기술굴기 대응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준모 고려대 교수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국공학한림원과 국회미래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중국 기술굴기 대응 전략 포럼’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한국공학한림원과 국회미래연구원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중국 기술굴기 대응 전략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안 교수를 비롯해 AI,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로봇 등 5대 핵심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안 교수는 중국의 부상과 정책적 교훈을 주제로 기조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중국은 나무가 아니라 큰 숲을 보고 있다”며 “AI 정책을 통해 배터리, 로봇(피지컬 AI), 반도체 등 주요 첨단 주력 산업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는 정책 혼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제조업 전반에 대해 5개년 단위 종합계획을 수립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부문에서는 국가 집적회로 산업 발전 추진을 강요하고 있으며, AI 분야에서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통해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배터리와 로봇 분야에서도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 국가 스마트 제조 시범 프로젝트 등을 통해 각각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안 교수는 “모든 정책 사이클이 큰 틀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파격적인 제도적 인센티브 등 전방위적인 정책 지원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시장이 구조적으로 작아 질적인 측면에서는 우위를 가지지만 양적으로는 어려운데, 중국은 양과 질에서 우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국공학한림원과 국회미래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중국 기술굴기 대응 전략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이같은 정책을 통해 AI와 배터리 등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을 앞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차원을 넘어 피지컬AI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기반으로 반도체, 로봇 등에서도 경쟁력을 통합적으로 강화하게 되는 구조다. 정문식 서울대 AI연구원 교수는 “중국의 경우 수백개 기업에 국가 단위로 AI를 확산하고 있다”며 “한국도 산업 AI, 제조 AI, 모빌리티 AI 등을 통해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AI 확산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기술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 산업에 대한 안정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술 금융이나 수출 금융 등을 전(全)주기적으로 연계한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또 효과적인 인프라 투자나 수요 창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중국의 경우 996(주 6일, 오전 9시~오후 9시) 문화가 있는데, 한국은 주 52시간제로 발목이 잡혔다”며 “전 세계와 경쟁하는 기업들은 하나의 트랙 만들어 (예외를 적용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국공학한림원과 국회미래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중국 기술굴기 대응 전략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