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한적 개입주의 추구…조선·원전산업 협력 지렛대 기회"

by최영지 기자
2024.11.20 16:47:11

김건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트럼프 2.0, '미가' 정책, 중국 대응에 역량 집중"
"IRA·반도체과학법 폐지시 피해보는 건 美"
"尹 정부, '미중 패권 경쟁'서 한미 동맹 포지셔닝"

[이데일리 최영지 윤정훈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은 우리나라에 도전이 되겠지만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업뿐 아니라 원전산업 협력을 통해 레버리지(지렛대) 기회는 물론 산업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을 맞아 한미 양국 동맹을 더욱 강화해 각국의 이익 균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세 정책 강화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산업 및 외교 협력의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주영국대사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제22대 국회에 입성해 한미일 간 안보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 정책으로 우리나라에 우려되는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아메리칸 퍼스트를 주창하지 않은 역대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며 “다만 동맹국 등 다른 나라 이익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 등 관계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바뀌어 재도전이 쉽지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서로 정책을 조정하며 양국 이익균형에 맞는 합의를 도출하는 식으로 지난 70년간 동맹을 강화해 왔다”고 답했다.

재집권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향후 정책 기조에 대해 “제한적 개입주의를 추구할 것”이라며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대응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되도록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요청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 조선업 경쟁력을 높일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해군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다만 자국 조선업이 쇠퇴한 상황에서 한중 양강 구도의 조선업 시장에서 선택지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며, (우리나라는) 동맹국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협력을 레버리지로 삼아 향후 무역, 안보 협상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조선업에 이어 미국과의 산업 협력을 기대하는 분야로 원자력을 꼽았다. 김 의원은 “미국은 수년간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않으며 전력난을 겪는 것은 물론 원전 건설 능력이 사라지고 있는 상태”라며 “글로벌 경제가 인공지능(AI)으로 전환하는 상황 속 원전 이외 대안이 없다. 원전 건설 생태계를 갖춘 우리나라로선 산업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원전 건설 생태계엔 수천개의 회사가 포함된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적은 시간 안에 안전한 원자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봤다. 김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강하게 주장하는 관세 정책에 대해 “중국 상품에 대해 60% 상당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한테 유리하다”며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정보통신(ICT)·전자제품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제3국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고도 봤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반도체과학법 및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변경·폐지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산업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 국민들에게도 이익”이라며 “법안 폐지로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공장을 철수하거나 투자를 줄이면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 국민들이며 해당 지역 대다수가 공화당 지역구”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1기에서 나타난 북한·미국 간 밀월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협상이나 대화에 에너지를 쏟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북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 초반에 진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비롯해 불법체류자 추방 등 정책을 우선 순위로 둘 것으로 예상해서다.

끝으로 최근 임기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에 “미중 경쟁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 속 우리나라는 두 나라 중 한 곳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쥐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대외 관계의 근간이 한미 동맹인 만큼 한미일 협력이라는 포지셔닝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