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사라지고, D램 가격 절벽…삼성·SK하이닉스 하반기 실적 먹구름
by배진솔 기자
2020.09.17 16:53:53
4분기 D램 가격 하락 최대 18%…고객사 재고 수준 높아
삼성, 매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34%…매출 견인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중 D램만 80% 육박…화웨이 전체 중 12%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가 현실화되자 요동치던 서버 D램 가격도 주춤했다. 4분기 D램 가격은 3분기보다 최대 18%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하반기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DDR4 8G 기가비트)반도체 가격은 2.990달러로 3일째 큰 변동 없이 이어지고 있다. 8월 줄곧 2.5~2.6달러를 유지하던 D램 현물가는 제재안이 현실화되기 약 2주 전인 8월24일부터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D램 익스체인지는 당시 화웨이에 대한 제재안이 발효되는 시점인 9월15일 이전까지는 이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제재가 시작되자 올라가던 반도체 가격이 주춤한 것이다.
D램 익스체인지는 그간 오름세는 화웨이의 긴급 재고 축적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제재안이 발효되기 전까지 화웨이의 긴급주문으로 일시적인 오름 현상이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일시적 상승이 하반기 고정가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긴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D램 익스체인지는 3·4분기 계약가격의 전망치를 기존대로 10% 하락할 것으로 봤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4분기 서버 D램 가격 하락 폭을 기존 10~15%에서 13~18%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3분기 서버 제조자 설계생산(ODM)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는 “이들 ODM이 반도체 재고를 정상화하는 데 최소 1~2분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관측했다.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는 고객사들이 서버 D램 주문량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재고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에 더해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화웨이가 반도체를 공급받기 어려워진 것도 4분기 D램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가 최근 2주간 공격적으로 서버 D램을 조달했지만 서버 D램은 여전히 공급과잉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사였다. 매출 중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 약 3%, SK하이닉스 약 12%를 차지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전체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으로 1조947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205.3% 증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서버 메모리 수요 강세와 D램 가격 상승이 매출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최대 18% 하락한 D램 가격과 고객사들이 쌓아놓았던 재고를 소진해나갈 것으로 보여 전체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지만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지난 2분기에도 반도체 매출은 18조2300억원, 영업이익은 5조4300억원으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하반기에 모바일과 생활가전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오포, 비보, 샤오미 등 다른 중국업체가 메울 것이라서 화웨이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은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