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관용 기자
2016.02.23 17:15:2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들이 우연히 동시에 일어나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국방부는 22일 저녁 기자들에게 내일 오전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약정 체결을 한 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의 통보여서 기자실이 술렁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새벽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이번 만남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수위를 놓고 미·중 간 막바지 조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이뤄진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미국 군사력 증대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중국은 사드에 대해 거듭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중국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국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드 공동실무단 약정 연기가 미국이 중국을 의식해 내린 조치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는 이날 “사드 문제가 없었으면 유엔 결의안은 벌써 채택됐을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반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와 한·미동맹 차원의 사드 배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위한 논의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약정 체결 연기와 왕이 부장의 미국행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것이다.
사실 공동실무단 약정은 실제 사드 배치 부지나 비용 부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실무단의 운영과 구성에 관한 내용이 전부다. 이를 보름 넘게 논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런데 또 이를 연기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하다.
그동안 사드 배치 필요성을 역설했던 국방부의 입장이 옹색해졌다. ‘외교적 고려’는 뒤로 하고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만을 강조해왔던 터다. “사드 배치에 주변국 입장을 고려하는 건 군사적이지 못하다”는 등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국방부 말대로 유엔의 대북 제재와는 별개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현실화 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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