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부터 공급망까지…우크라 위기고조에 기업도 '긴장'

by함정선 기자
2022.02.14 18:00:01

러시아 우크라 침공 임박했다 보도에
기업들, 유가 급등부터 공급망 우려
美·EU 경제 제재 더해지면 수출 타격 등 전망도

[이데일리 함정선 신민준 최영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에 따른 여파와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는 등 공급망 타격이 지속해온 상황으로, 전쟁이 발발하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에 따른 파급 타격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14일 외신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가 16일이라는 정보를 유럽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위기가 고조하자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금지를 발령했고, 현지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한국타이어 등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당장 직접적 피해를 입지는 않겠지만,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가장 우려하는 것이 유가와 천연가스, 석탄, 광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수급 불안이다.

먼저 안 그래도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리라는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 지속에 상승세를 이어가며 2월 둘째 주 두바이유가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4년 9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한편에서는 전쟁이 시작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과 수급 불안정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를 담당하는 수출국으로, 유럽 내 가스 송유관을 막거나 가스 공급을 줄일 경우 가격이 오르며 세계적으로 시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들여오는 석탄과 광물 등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을, 그리고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립톤, 제논 등 광물과 곡물류를 공급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유연탄·무연탄 수입 중 러시아산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16%, 41%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나 광물 등은 이미 장기 계약을 체결해 당장이야 피해는 없겠지만 유가는 물가 이슈와 연관돼 기업은 원자재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큰 차원에서 보면 특정산업 가릴 것 없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가격이 영향을 받고 연관 산업 생산단가가 다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군사적 긴장 속 훈련하는 우크라이나 군용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러시아에 현지 법인과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수출·금융 등 고강도 경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TV를, LG전자는 TV와 가전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 세스트로레츠크에 연 2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운영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인근 지역에 판매하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몰라 대비한다는 입장이나 자동차 업계는 러시아 수출 비중이 적지 않아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수출한 자동차의 수출액은 26억 4200만달러(약 3조 1558억원), 자동차 부품은 15억 900만달러(약 1조 8025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41.6%를 차지한다. 만약 달러 거래 또는 국제결제시스템 접근 차단이 현실화하면 규모가 큰 만큼 피해도 크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 업계 역시 러시아 등으로부터 이미 수주한 선박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진출한 일부 기업들은 바이어로부터 조기 대금 회수, 선금 거래와 루블화 하락에 대비해 달러화 보유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경제 제재를 어느 수준에서 하느냐에 따라 타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달러 결제 자체를 막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라면 수출입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