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190만개 쇼핑몰 가진 카페24에 투자…자사몰 겨눈다
by김현아 기자
2021.08.09 17:29:08
카페24, 자본교류 포함 협의 진행 사실 공시
지분투자 방법과 금액 확정은 안 돼
양사 이사회까지 시간 있어
클라우드 기반 커머스 솔루션 시너지 기대
네이버, 제조사 직접판매(D2C) 리더십 공고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네이버(035420)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1위 쇼핑몰 창업 서비스 카페24(042000)에 투자한다. 카페24의 쇼핑 계정수는 190만 개로 국내 최대다.
네이버로서는 주문·결제, 쇼핑라이브, 물류 및 정산, 정기 구독 등 자사의 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고, 카페24에도 네이버의 앞선 클라우드 기반 이커머스 솔루션을 접목할 수 있는 기회다.
네이버가 CJ나 신세계와 상호 지분 투자한 것이 오프라인 커머스 확대나 풀필먼트(Fulfillment)를 위한 것이었다면, 카페24 투자는 자사몰(D2C·Direct to Consumer, 제조사 직접판매)시장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주 발행인가 지분 맞교환인가 등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경영권 인수까지는 아니고 조만간 이사회를 거쳐 정해질 전망이다.
카페24는 “자본적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협의를 진행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9일 공시했다.
1999년 창업한 카페24는 지난 7월 현재 쇼핑 계정 수가 190만 개를 넘어섰다. 네이버의 중소상공인(SME) 대상 쇼핑 플랫폼 ‘스마트스토어’가 46만 개, 브랜드들의 홈페이지 ‘브랜드스토어’가 320여 개인 점과 비교하면 엄청나다. 지난해에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페이스북의 디지털 상점 개설 서비스 ‘페이스북 숍스’와 제휴해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 SNS 이용자와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인한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도 드라마틱한 성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매출 2172억 원, 영업이익 98억 원에서 2020년에는 매출 2473억 원, 영업이익 84억 원에 그친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지 못한 커머스 솔루션의 한계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입점사에 제공한 쇼핑라이브, 물류, 정기구독 등의 솔루션을 카페24에 적용하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평했다. 네이버는 모든 솔루션을 클라우드 형식으로 개발 중이다.
이재석 사장 등 창업자 3인의 경영권이 흔들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카페24는 창업 동기인 우창균 이사(10.73%), 이재석 대표이사(7.78%), 이창훈 이사(6.89%)지분이 25.4%다. 또, 카페24 쇼핑몰들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브랜드스토어 입점 회사들이 겹치지도 않는다.
네이버는 왜 카페24에 투자하려는 걸까. 코로나19이후 전면화되는 온라인 창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특히 아마존 같은 곳에 입점하지 않고 자사몰(D2C·Direct to Consumer, 제조사 직접판매)을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콘텐츠를 자유롭게 노출하는 게 인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인해 대기업들의 D2C 도입률은 2020년 11%에서 2024년에는 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대기업의 아마존 판매 비중은 2017년 43%에서 2019년 39%로 감소한 반면, 대기업의 전체 온라인 판매량은 2년 사이 370억 달러(약 45조 원)에서 650억 달러(약 79조 원)로 76% 증가했다. 페이스북이 디지털 상점 개설 서비스 ‘페이스북 숍스’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업계 관계자는 “검색 기반 연결의 비즈니스를 추구했던 네이버가 간편결제와 각종 판매자 지원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자사몰이 최대 고객이 되고 있다”면서 “카페24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파이낸셜은 주변 매장과 혜택 정보를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고, 오프라인 결제와 주문하기에 특화된 ‘네이버페이 앱’을 선보이는 등 온라인에서의 네이버페이 이용경험을 오프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