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백신 접종자는 흑인 간호사…'암흑의 겨울나기' 숙제
by김정남 기자
2020.12.15 18:51:08
뉴욕 흑인 간호사 생드라 린지 첫 접종
"고통 끝낼 수 있길…모두에 백신 권장"
의료인, 장기요양시설 입소자 조기 접종
"최일선 근로자 먼저"…트럼프는 빠질듯
미국 코로나 누적 사망자 첫 30만 넘어
최악의 팬데믹 잡을까…세계 이목 집중
| 미국 뉴욕시 퀸스에 위치한 롱아일랜드 주이시 메디컬 센터에서 14일(현지시간) 이 병원의 흑인 간호사 샌드라 린지(오른쪽)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화이자-바이오앤테크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동료 간호사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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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세계 최고 의료기술을 가진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뉴욕시 퀸스 롱아일랜드 주이시 메디컬센터 중환자실 간호사인 샌드라 린지는 이날 오전 미국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흑인 간호사인 린지는 접종 후 “다른 어떤 백신을 맞을 때와 다르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며 “이번 접종이 역사상 매우 고통스러운 이 시간을 끝낼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두가 백신을 맞기를 권장한다”며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백신 접종은 전광석화를 방불케 했다. FDA가 11일 늦은 밤 백신의 긴급 사용을 허가한 이후 접종까지 불과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승인된 백신을 접종하는 데 필요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승인 절차는 토·일요일 이틀간 이뤄졌다.
이달 16일까지 미국 전역의 병원 등 636곳에 도착하는 백신 물량은 290만회 투여분이다. 초도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만큼 의사, 간호사 등 상대적으로 위험에 더 노출돼있는 의료 인력부터 백신을 맞는다. 장기요양시설 입소자 역시 그 대상이다. 정부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도 조기에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벙커에 있는 안보시설인 상황실의 국가안보 요원 등이다. 이들은 24시간 배치돼 있다. 이외에 대통령 군 참모, 비밀경호 요원 등 역시 조기 접종 대상으로 꼽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조기 접종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건 최일선 근로자가 먼저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건 내년 3월께로 점쳐진다. 이때는 마치 독감 접종을 하듯 CVS, 월그린 등 대형 약국 체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명이다. 이번 백신이 사상 최악의 팬데믹을 잡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미국 전역이 백신 기대에 부푼 이날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처음 30만명을 넘어섰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보면 현재 사망자 수는 30만267명으로 나타났다. 첫 사망자가 나온 2월 6일 이후 312일 만이다. 하루 평균 961명씩 사망한 꼴이라는 게 CNN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추적 프로젝트에 따르면 전날 미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10만933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백신이 성공한다고 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암흑의 겨울’을 이겨내는 게 미국인들의 지상과제로 떠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