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틸웰, 지소미아·방위비 언급없이 "文-아베 대화 고무적"

by김관용 기자
2019.11.06 17:31:22

강경화 장관·조세영 1차관 면담
이후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회동
靑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 협의"
국방부서 정석환 국방정책실장과도 만나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6일 한국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한반도 안보정세와 한미동맹 주요 현안 등을 논의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을 종용하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서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매우 고무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주시하는 과정에서 고무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 11분간 환담한바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말해왔듯 한미 관계와 동맹은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면서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중첩되는 부분을 확인한 문서를 도출했다며 상호 관심사와 잠재적인 협력 분야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정석환 국방정책실장 면담을 위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틸웰 차관보는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협의를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가 강 장관과 조 차관에게 오는 23일 0시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국 정부의 재고를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의 종료 결정에 불만을 드러낸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오늘 면담에서 지소미아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은 있었다”면서 “미측의 압박 같은 것은 없었고, 한·일 간에 잘 협의해서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도의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스틸웰 차관보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도 만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관련 입장이 전달됐느냐’는 물음에 “만나는 분들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소미아와 관련한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의 입장은 기존과 동일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본이 수출 규제를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 차장과 스틸웰 차관보의 만남과 관련 “양측은 지소미아, 방위비분담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자리를 옮긴 스틸웰 차관보는 정석환 국방정책실장과도 면담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 안보정세 공유 및 정책 공조,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면서 “양측은 이번 면담이 한미 외교·안보 부처 당국 간의 소통을 한층 강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며,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면서 ’한국 정부 인사들과 지소미아 관련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환상적인 논의를 오늘 했다”고만 했다. 방위비 분담금 관련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연말까지의 협상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 스틸웰 차관보는 전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전쟁 후 미국은 공여국이었고 한국은 스스로 나라를 재건하면서 명백히 미국 도움을 받았다”면서 “이제 한국은 지역 발전의 강력한 기여국이며 훌륭한 파트너”라고 했다.

스틸웰 차관보와는 따로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도 전날 방한해 한국 수석대표와 국회 및 언론계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진행 중에 미 측 수석대표가 회의 일정과 관계없이 건너온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내 여론을 파악하고 증액 논리를 설명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