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말폭탄' 여전하지만…당분간 조정국면 거칠 듯

by장영은 기자
2017.04.19 16:15:58

''美 본토 겨냥'' 위협 여전하지만 전략도발 실익 낮아
4월 핵실험·ICBM 발사 가능성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의 고강도 전략 도발과 미국의 군사적 맞대응이 가능성이 함께 커지며 고조되던 한반도 위기 국면이 다른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초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요 이벤트가 몰려 있는 이달 중·하순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과 이어진 미중간 북핵 관련 협의, 미국의 군사적 대응 시사, 김일성 탄생 105주년 기념행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등이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다소 완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은 여전히 당장이라도 미국과의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김일성 탄생 105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서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우리 혁명무력은 즉시 섬멸적 타격을 가할 것이며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혁명무력은 ‘절대병기’로 공인된 수소탄은 물론 위력한 타격수단들을 다 갖춘 최강의 정예무력으로, 백두산혁명강군은 도발자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하와이나 괌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단숨에 초토화해버릴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18일 ‘도발의 대가를 멸망으로 치르게 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선택을 잘못하여 신세를 망치고 역사의 무덤 속에 처박히겠는가, 아니면 조금이나마 잔명을 부지해 보겠는가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미국이 서 있다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는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같은날 방송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리를 향해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방식과 수단으로 핵 선제공격으로 대응하겠다”면서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만큼 무모하다면 그날 바로 전면전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대해 “깡패 비슷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군사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미국이 간절히 원하는 어떤 종류의 전쟁모드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말폭탄’이 국제사회 압박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봤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부분 조율이 된 똑같은 내용 같다”며 “북한으로서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일관된 태도로 대북 압박을 가해오니까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부담감을 느끼고 자기 나름대로 저항하는 그런 몸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이 말로써 하는 위협을 이어가고 있기는 있지만 단기간 내에 실제 고강도 전략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고강도 대북 압박도 부담스럽지만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이고, 한국의 대선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북한으로서도 전략적 셈법이 복잡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는 “일단은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계기 무력 시위 정도로 전략도발을 대체하고 당분간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현 단계에선 중국을 통해서 해결하는 수순으로 들어 갔다. 당분간은 중국측의 설득작업과 중대안 도출, 등으로 조정국면, 국면 전환을 위한 모색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다기 보단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강도 도발에 나서긴 보단 중저강도 도발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예측불허인 김정은 정권의 특성과 그동안 공언해온 위협·경고성 언사를 고려했을 때 북한의 급작스러운 전략도발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