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환 기자
2016.08.03 18:24:32
세월호 특위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 드러낸 더민주
추경 시계 다가오는 가운데 여야 극한 대립 폭풍전야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다른 무엇보다도 세월호 문제는 우리 당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죠. 절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을 겁니다.” 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의 말이다. “여론이 세월호 문제로 추경을 발목잡고 있다는 식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지적에도 그는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두고 보십시오. 지금까지 그냥 넘겨왔는데 세월호 문제는 절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습니다.” 격한 표현 속에 세월호 문제를 향한 결연한 속내가 읽혔다.
더민주가 당내 제 1현안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연장 문제를 확고히 하면서 오는 12일 예상되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간 여야가 한 목소리로 ‘협치’를 다짐하며 다른 때보다 이르게 개원한 20대 국회는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두 달여간 공전을 거듭했다. 특히 정부여당은 추경의 효과를 보기 위해 조속한 통과를 외치고 있다. 시점이 걸린 문제다보니 추경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느낌이다.
3일 야3당 회동에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의 말에서 더민주의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3개월 간 우리 야당들은 국정운영에 협조하면서 대통령의 방식이 변화할 지를 기다려왔다”며 “7월까지 정부여당이 단 한 가지도 양보한 것이 없다. 이제 야3당이 단합된 힘으로 여당에 요청하겠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서도 박완주 더민주 수석이 견해차만 확인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더민주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세월호 특조위 연장 문제는 물꼬조차 트기 어려워 보인다. “현안에 대해서 여당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오늘 정진석 원내대표께서 지방출장이 잡혀있는 것으로 안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말처럼 새누리당은 야3당 공조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자당의 전당대회에 온 신경이 맞춰져 있다. 세월호 특조위 연장 문제는 커녕 추경안을 두고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새누리당 의원도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만큼 새누리당 시계는 8월9일 이후로 맞춰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당의 강경 기조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추경을 미루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감수하면서까지 꺼낸 카드로는 얻는 소득이 별로 없는 셈이다. 추경 집행이 늦어질수록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 제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은 더민주의 추경과 세월호 연계에 명분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사실 추경이 비롯됐던 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구조조정’ 이슈를 꺼내면서다. 야권에서 구조조정 발언이 나오면서 빠르게 여론이 반응했다. 추경이 늦어지면서 그 효과가 반감된다면 구조조정 이슈를 선점하면서 얻었던 이득도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세월호가 이땅에서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되는 비극이고 이를 막기 위해 정확한 원인 진단을 해야하는 특조위 활동 연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추경이 늦어지면서 실직의 위기에 내몰리는 것 역시 우리 국민이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은 정한 원칙대로 밀어붙이되 추경은 추경대로 구분지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