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학대하고 '피 묻은 옷' 숨긴 산부인과 직원들 무더기 기소
by채나연 기자
2024.02.01 20:28:03
산부인과서 집단적으로 은폐…병원 관계자 12명 기소
CCTV 사각지대 찾아 귀 비틀고 학대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생후 19일 된 신생아를 학대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간호기록부를 위조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확인돼 병원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금융경제범죄전담부(장욱환 부장검사)는 증거위조, 의료법위반 등 혐의로 모 산부인과 행정부장 A(56)씨와 수간호사 B(45)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신생아의 피묻은 배냇저고리를 버리고 간호기록부를 위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험의를 받는다.
아동학대 혐의로 이미 재판받는 간호조무사 C(49)씨를 비롯해 범행 은폐를 지시한 병원장과 의사 등 병원 관계자 1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간호조무사 C씨는 2021년 2월 7일 신생아가 울고 보채자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자리를 옮겨 귀를 잡아당기고 비틀어 다치게 한 혐의로 2022년 5월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신생아는 전치 3주의 열상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병원관계자 등은 학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신생아 간호기록부를 고쳐 새로운 간호기록부 차트를 만들었고, 신생아의 가족들이 면봉과 배냇저고리 등 증거물을 찾기 위해 신생아실 내부와 병원 밖 쓰레기통을 뒤지자 피묻은 배냇저고리 1장을 몰래 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
또 이들은 경찰로부터 면봉에 의한 과실을 입증할 서류가 있다면 제출하라는 말을 듣고 ‘이 사건 상처는 면봉에 의해 발생한 상처로 추측된다’는 취지의 허위 소견서를 작성해 제출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검찰이 신생아 학대 재판을 진행하던 중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간호기록부 기재와 수사기관에 제출된 간호기록부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검찰은 병원과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은폐된 증거를 다수 발견했고, 3년간 사건 관계자 사이에 주고받았던 메시지 및 녹취파일(700분 이상) 등 다량의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에는 수간호사인 B씨가 간호조무사에 “최악의 경우는 조직적 은폐 플러스 작당 모의한 거에 대해 수사를 다시 들어가는 거예요. 그게 최악의 시나리오에요.”라고 말한 대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병원은 다른 화상 사고와 낙상사고 등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범행을 은폐해 사회적 논란이 됐었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실체 진실 발견을 통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사법 질서 근간을 뒤흔드는 사법 방해 사범에 대해 엄정 대처함으로써 법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C씨 아동학대 재판에 병원 관계자의 증거위조, 의료법위반 혐의 사건을 병합해 재판에 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