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기초지자체, 인구소멸 막을 방안 직접 챙긴다

by문승관 기자
2022.04.25 16:44:01

인구 100만명 이상 설립하던 지방연구원, 50만명 이상 지자체도 설립할 수 있어
청주·천안·성남·화성·안양·부천·평택·안산·남양주·시흥·전주·포항·김해 등 대상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5일 발간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례와 모델’ 보고서 내용이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지난해 소멸위험 시·군·구는 전체의 46%인 106곳에 달했다. 60년 넘게 진행된 수도권 집중화로 국토 면적의 11.8% 남짓한 서울·인천·경기도에 총인구의 51%, 상위 1000대 기업의 74%, 100대 상장사 중 91%가 몰려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시도가 지방소멸 위기에 처했고 이는 국가적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지역균형발전특위를 설치할 정도로 지방소멸은 국가 존망을 좌우하는 사안이다. 역대 정부도 2006년부터 15년간 30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해결에 나섰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정부의 ‘지역’ 지원 사업은 표류하고 있다. 올해부터 10년간 정부가 투입하는 9조7500억원의 ‘지방소멸 대응기금’ 성공도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기초자치단체들이 직접 지방·인구소멸을 막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싱크탱크’ 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관심이 모아진다.

전국 지방소멸 위험지수(자료=한국고용정보원)
25일 행정안전부와 기초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이달 초 국회본회의를 통과해 인구 50만명 이상 전국 시·도 단위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연구원 설립이 가능해졌다.

현행 ‘지방연구원법’은 특별시와 광역시·특례시 등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 지방자치단체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거나 주요 현안에 대한 조사ㆍ연구를 수행하는 지방연구원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법’은 인구 50만명을 넘는 시를 대도시로 보고 여러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지방연구원법’도 인구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도 지방연구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더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연구원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법 통과로 경기 성남·화성·안양·부천·평택·안산·남양주·시흥시와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전북 전주시, 경북 포항시, 경남 김해시 등이 설립 대상에 포함돼 지방연구원 설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들 기초지자체는 전국대도시장협의회 등을 통해 법률개정 건의 등 지방연구원 설립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50만명 이상 기초자치단체도 예외 없이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 특별시·광역시 등과 차원이 다른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 개발과 주요 현안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복합적인 행정수요 증가 속에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개발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 제안과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구원 설립에는 약 25억원에서 30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0월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 대표단이 전해철(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인구 50만 이상, 100만 이하 대도시에 지방연구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해달라고 건의했다.(사진=안산시)
청주시 한 관계자는 “충북연구원이 있긴 하지만 도 전체를 관할해야 하기 때문에 청주시 실정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방연구원 설립을 통해 청주시에 맞는 기업유치 방안과 일자리 창출, 교육여건 행상 등으로 통한 정주요건 조성, 산단 클러스터화 등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지방소멸 정책과 지역 육성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경기 남양주시 관계자도 “지역별 실정에 맞는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됨에 따라 정책 효과가 증대되고 시민 만족도도 더욱 향상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련 절차 이행 등을 통해 시정연구원 설립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한 시의원은 “지방소멸은 지방과 수도권을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문제”라며 “중앙정부나 광역시 차원이 아닌 기초지자체 중심의 싱크탱크로서 지방소멸을 막을 정책 아이디어와 토대를 마련하는 데 이번 지방연구원법 통과는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