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증권거래소 거래 첫날 '대박'…500% 폭등 종목도

by신정은 기자
2021.11.15 16:37:52

中 30년만에 세번째 증시 탄생
‘베이징증권거래소’ 81개사 상장
적격 투자 계좌 210만개…개인 매매 어려워
“中 중소기업 위한 자본시장 개혁 의지”

베이징증권거래소 전경.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상하이와 선전에 이어 약 30년 만에 수도 베이징에 신설한 증권거래소가 15일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 위주인 베이징증권거래소에서는 거래 첫날부터 신규 종목이 모두 100% 넘게 급등하며 화제를 모았다. 중국은 미국의 다양한 경제 제재 속에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당 업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15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부터 상장된 81개사의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이만(易會滿)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은 이날 개장식에서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은 우리나라(중국) 자본시장 개혁과 발전 과정에서 또 하나의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더욱 다층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고 중소기업 금융 지원 체계를 완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2013년부터 운영된 장외 창업 기업 전용 주식 거래소 ‘신삼판(新三板·New Third Board)’의 우수 기업을 기반으로 출범했다. 기존 신삼판은 단계별로 가장 낮은 등급의 ‘기초층’, 중간 단계인 ‘혁신층’, 가장 높은 등급의 ‘핵심층’ 3그룹으로 나뉘어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중 ‘핵심층’만 분리해 베이징거래소로 이전했다.

상장 대상은 신삼판에서 거래된 지 12개월 된 기업이다. 중국은 2012년부터 상하이나 선전 거래소의 상장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혁신적인 기술이 검증된 중소기업의 장외 주식을 거래하는 신삼판을 운영해 왔다.

이날 베이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71개사는 기존 핵심층에서 옮겨왔고, 나머지 10개사는 공모 과정 등을 끝내고 새롭게 상장했다.

새롭게 상장한 10개사는 이날 모두 100% 이상 급등했다. 통신(同心)은 한때 500% 이상 폭등했다가 종가 기준 493.67% 상승한 23.45위안에 마감했다. 다디(大地)는 261.75%, 즈성(志晟)은 238.97% 각각 올랐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신규 발행의 경우 상장 첫날은 등락폭을 설정하지 않았고, 등락폭이 처음 30%, 60%에 달했을 때 10분씩 거래를 중지하도록 했다. 이후 일일 가격등락폭은 30%로 기존 창업판 및 과학기술판(30%), 상하이 및 선전 메인보드(10%)보다 확대됐다.

그러나 아무나 매매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12일 까지 베이징증권거래소에 참여할 적격 투자자 자격을 얻은 계좌는 총 210만개가량이다. 중국 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계좌 개설 20거래일, 주식 투자 경력이 2년 이상, 자산 일일 평균 50만위안(약 9200만원) 이상 등 조건을 내걸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 등 안정적인 투자자로 제한해 사실상 일반인이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베이징증권거래소에 새롭게 상장한 10개 기업의 주가가 거래 첫날 모두 100% 이상 뛰었다. 사진=베이징거래소 홈페이지 캡쳐
베이징증권거래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계획을 발표한 지 두 달 여 만에 생겨났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2일 ‘2021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막 연설에서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중소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에서는 30년 만에 수도 베이징에 세 번째 증권거래소를 열 것이라는 발표가 나온 시기에 주목했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1990년, 1991년 선전과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각각 인가 설립된 이후 중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증권거래소다.

현재 미국의 다양한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으로서는 기술 자립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이므로 해당 업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해졌던 지난 2019년에는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科創板·과학창업판)’을 만들겠다고 직접 발표했다. 커촹반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상하이증권 거래소 산하에 설립한 기술벤처기업 전문 증시다.

중국은 미중 간 신냉전 본격화 이후 자국 기업들의 중국 내 상장을 암묵적으로 요구해왔다. 올해 6월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滴滴出行)은 국가안보 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이 상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안보심사방법(규정) 개정안’을 발표하고 회원 100만명 이상의 자국 인터넷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면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요인이 없는지 사전 심사를 받도록 규정했다. 안보심사를 의무화해 사실상 해외 상장을 허가제로 바꿨다.

또한 중국 당국은 지난 14일 외국이 아닌 홍콩 증시에 상장을 계획하는 자국 기업도 마찬가지로 국가안보 위해 여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추가 발표했다.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 역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보고서에서 “발전 잠재력이 크며 높은 기업가치를 갖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중소기업을 위한 자본시장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초기 이익실현과 자금조달이 어려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중소기업의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