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비동의 간음죄’ 검토 발표 후 법무부 반박에 철회
by이재은 기자
2023.01.26 21:56:10
여가부, 양성평등기본계획 발표하며 “도입 검토”
법무부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 없다” 반박
현행법상 강간 구성 요건은 ‘폭행·협박’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여성가족부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법무부의 ‘계획이 없다’는 반박에 9시간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위해 브리핑실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여가부는 26일 오후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된 비동의 간음죄 개정 검토와 관련해 정부는 개정 계획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과제는 2015년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부터 포함돼 논의돼온 과제로 윤석열 정부에서 새롭게 검토되거나 추진되는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여가부는 26일 오전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며 법무부와 함께 형법상 강간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오후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다”며 여가부의 입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여가부의 비동의 간음죄 신설 논의와 관련해 ‘성범죄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이므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취지의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비동의 간음죄는 폭행과 협박을 동원해 상대방을 강제로 간음한 경우에 처벌하는 현행 강간죄와는 달리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성관계를 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인정해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성폭행 성립을 따지는 현행 강간죄 규정이 피해자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 논의가 이뤄졌다.
실제로 법원이 강간죄 유죄를 인정한 사례에는 폭행이나 협박 정도가 상대방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3월 전국 성폭력상담소 중 66개소의 강간피해 상담사례 분석 결과 1030명의 피해 사례 중 ‘직접적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례’는 71.4%(735명)였으며 ‘직접적 폭행·협박이 행사된 경우’는 전체 상담 사례의 28.6%(295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