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비용 줄이는 삼성·LG, 장기공급계약 맺는 배터리3사
by이준기 기자
2022.05.17 17:13:25
[원자잿값 폭등에 수익성 비상 걸린 기업들]
일각 ‘마케팅 비용 줄이면 수요 위축’ 우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가격인상도 검토
핵심소재 가격 48% 뛴 배터리 3사
기업, 광물 가격 영향 최소화 전략 고심
LG엔솔 연동광물 확대·삼성SDI 장기계약
[이데일리 김상윤 함지현 경계영 기자] 원자잿값 폭등 여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우리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공급망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데 따른 것이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전자마저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마른 수건 쥐어짜기’ 전략으로 대처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각사가 수익성 개선 전략을 고심하는 이유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주요 상장사 분기보고서를 보면 LG전자는 가전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과 플라스틱 사출물 제작에 쓰이는 레진의 올 1분기 평균 가격이 작년 대비 각각 20.4%와 16.3% 올랐다고 밝혔다. 구리 평균 가격도 36.4% 급등했다. 결국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주요 부품인 LCD 패널 가격은 24.3%, 반도체칩 평균가격은 27.3%나 올랐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의 올해 흑자전환은 요원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의 상황도 심각하다. 스마트폰의 핵심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가격은 전년대비 41%, 카메라모듈 가격 역시 8% 뛰었다. 반도체의 경우 주요 원자재인 웨이퍼의 가격은 4%, 디스플레이용 연성회로기판(FPCB) 가격도 19%나 상승했다.
여기에 물류비(운반비) 급등도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물류비는 각각 8576억원과 1조839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40.9%와 47.8% 늘어난 수치다.
원자재·물류비 가격이 오를 경우 기업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출고가 인상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만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가 줄 수밖에 없어 기업들이 쉽게 꺼내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이나 TV 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이어서 어느 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눈치 보기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원가구조 개선에 나서거나 마케팅비 등 기타비용을 줄이는 상황으로 대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분출했던 수요가 주는 상황에서 수요를 촉진 시킬 만한 ‘총알’마저 없는 상황”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전략을 짜는 게 어려운 시점”이라고 했다.
반도체의 경우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최고 20% 인상하는 방안을 고객사들과 논의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웨이퍼 가격을 비롯해 화학약품, 가스 등 모든 영역에서 평균 20~30% 가격이 오르는 만큼 수익성 회복에 나서는 셈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이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 게임기 등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은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더욱 독과점이 형성돼 있고, 이미 대만 TSMC가 가격 인상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터리 원가에서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 가격은 LG에너지솔루션의 소형 애플리케이션용 기준 1분기 ㎏당 33.99달러로 전년 대비 56% 올랐다. 배터리 3사의 양극재 가격 평균 상승률은 48%에 달했다. 양극재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 가격이 배터리 판가에 연동돼있긴 하지만 판가에 연동되지 않은 광물이나 소재 가격도 뛰며 배터리 제조사의 수익성이 악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률이 6.0%로 지난해 1분기 8.0%에 비해 2.0%포인트 내려갔고, SK온은 영업손실을 지속하며 영업이익률이 -22%에 그쳤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판가에 연동하는 광물 범위를 확대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SDI는 광물 구매 시기와 판가 반영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고객과 협의해 개선하기로 했다. SK온 역시 소재 공급사와 협력해 공급능력을 확대함으로써 동일 단위당 단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금속은 양극재와 배터리에 판가가 반영되기까지 2~3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해 2분기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주요 시멘트사들도 원자잿값 폭등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제조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t당 250달러 수준으로, 2020년(60달러)에 비해 4배 이상 급등한 데다, 다른 원부자재 가격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쌍용C&E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4억원에 그쳤다.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는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 단위=㎏당 달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천원(SK온), 자료=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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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내부 전경. (사진=포스코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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