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첫 임금교섭 '신경전'…"교섭 80분만에 중단"(종합)

by배진솔 기자
2021.10.05 18:28:44

노조 측, 사측 교섭위원 전무급→상무급 하향에 '항의'
노조 요구안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최대 쟁점
상견례 시작으로 매주 한번 교섭회의 진행 예정

지난 8월 1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열린 단체협약 체결식에서 김현석 대표이사(오른쪽)와 김만재 대표교섭위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금교섭을 벌였지만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이며 80분 만에 교섭이 중단됐다. 이번 교섭에서는 노조 요구안인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조항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5일 삼성전자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 나노파크 2층 교섭장에서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1년도 임금교섭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노조가 회사의 대표 교섭위원이 지난해 전무급에서 올해 상무급으로 내려간 점을 문제 삼으며 양측이 이견을 보인 끝에 상견례는 1시간 20분 만에 마무리됐다. 노조 측 관계자는 “교섭위원들이 교섭에 책임질 수 있는 단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것을 상견례라고 보지 않겠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사측에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자사주 1인당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 1인당 350만원 지급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안을 담은 임금인상안 초안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노사 임금교섭은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한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2018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노사가 임금교섭을 벌인 적은 있었지만 실제 타결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재계에서는 노조 임금 요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직원 한 사람당 급여가 지난해 대비 51%가량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기도 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노조의 요구 초안대로 임금교섭이 타결되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약 1억826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평균 급여인 1억2100만원와 비교해 51%가 오르는 것이다.

1인당 급여가 6000만원이 오르면 직원 11만명이 넘는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은 연 6조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최근 3년 동안 삼성전자의 경영 성과를 놓고 볼 때 노조안이 모두 수용될 경우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이 연평균 5조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결국 향후 삼성전자의 투자와 배당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사는 이날 상견례를 시작으로 매주 한 번꼴로 교섭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